9·11에서 아버지를 잃은 미국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 '100만 개의 선행'을 외치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작가인 피트 데이비슨 (Pete Davidson)이 2001년 9·11 테러 25주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100만 건의 선행을 이끌어내는 대규모 공익 캠페인에 참여한다. 데이비슨의 아버지인 소방관 스콧 데이비슨 (Scott Davidson)은 9·11 당시 구조 활동 중 순직했다.

비영리단체 나인일레븐 데이 (9/11 Day)는 24일 미국인들이 오는 9월 11일까지 100만 건의 선행을 약속하고 실천하는 ‘유나이트 포 굿 (UNIITE For Good)’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9·11을 단순히 비극을 추모하는 날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당시 미국 사회가 보여준 연대와 봉사의 정신을 다시 행동으로 이어가자는 취지다.

Stand-up Comedian, Actor, and Writer Pete Davidso

캠페인의 얼굴로 참여한 데이비슨은 “9·11은 언제나 힘든 날일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그 이후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방법은 지역사회를 위해 다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슨은 친구와 지인에게 선행 참여를 권하는 ‘유나이트 위드 미 (UNIITE With Me)’ 챌린지도 시작한다.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선행을 실천하거나 약속한 뒤 다른 사람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캠페인의 핵심은 ‘UNIITE’라는 단어에 있다. 일반적인 ‘UNITE’에 ‘I’를 하나 더 넣어 두 개의 ‘I’가 나란히 서도록 만들었다. 두 글자는 서로 마주한 개인을 상징하며, 작은 행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캠페인 크리에이티브는 광고회사 데이비드앤골리앗 (David&Goliath)이 개발했다. 광고에는 두 개의 ‘I’가 나란히 선 자원봉사자, 이웃에게 전달하는 식료품 봉투, 지역사회 봉사에 사용하는 작업용 장갑과 페인트통 등으로 변형돼 등장한다. 거창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선행이 사회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TV와 라디오, 디지털, 소셜미디어, 인쇄광고뿐 아니라 옥외광고를 핵심 매체로 활용한다. 이번 주부터 미국 주요 도시의 빌보드와 디지털 옥외광고에 캠페인 메시지가 등장하며, 뉴욕 타임스스퀘어 (Times Square)에서도 대형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UNIITE For Good’ 메시지가 노출된다. 기부 형태로 제공되는 광고매체와 공익광고 지원을 통해 9월 11일까지 미국 전역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이 특히 주목하는 대상은 9·11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다. 현재 미국에는 9·11 이후 태어난 인구가 1억 명을 넘는다. 이들에게 9·11은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역사 속 사건이다. 나인일레븐 데이는 25주년을 계기로 당시의 비극뿐 아니라 이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났던 연대와 봉사의 정신까지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에서도 참여를 확대한다. 캠페인 웹사이트에서는 이웃 돕기, 헌혈, 소방관과 응급구조대원 등 최초 대응자에게 감사하기, 푸드뱅크 지원, 외로운 사람에게 안부 묻기,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선행을 선택해 실천을 약속할 수 있다. 참여자의 약속은 인터랙티브 지도에 표시돼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는 선행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캠페인은 실제 대규모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진다. 미국 51개 도시에서 5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 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1,800만 개 이상의 장기 보관 식사를 포장할 예정이다. 완성된 식사는 피딩 아메리카 (Feeding America) 제휴 푸드뱅크와 기아 구호단체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달된다.

지역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약 3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마련됐다. 미국 40개 주의 약 200개 비영리단체와 학교, 지역사회 조직에 지원되며, 전체 지원금의 70% 이상은 청소년 단체와 초·중·고교, 대학 등 교육기관에 배정된다. 이를 통해 추가로 7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1일 오전 9시 11분에는 타임스스퀘어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60초간 묵념하는 ‘내셔널 모먼트 오브 사일런스 (National Moment of Silence)’가 진행된다.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묵념 직후 9·11로 부모를 잃은 공연자들과 뉴욕 비영리단체 브로드웨이 바운드 키즈 (Broadway Bound Kids)의 청소년들이 함께 공연하며 추모의 시간을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로 이어갈 예정이다.

나인일레븐 데이는 2002년 데이비드 페인 (David Paine)과 제이 위눅 (Jay S. Winuk)이 설립했다. 위눅의 동생인 변호사이자 자원봉사 소방관·응급구조대원이었던 글렌 위눅 (Glenn Winuk)은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 붕괴 당시 구조 활동 중 숨졌다. 단체는 이후 9월 11일을 미국의 ‘국가 봉사와 추모의 날 (National Day of Service and Remembrance)’로 지정하는 활동을 이끌었고, 2009년 연방법으로 공식 지정됐다.

25년 전 타임스스퀘어의 옥외광고가 9·11의 충격과 뉴욕의 슬픔을 전달했다면, 올해 같은 공간의 디지털 스크린은 ‘기억을 행동으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UNIITE For Good’은 옥외광고가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알리는 상업적 미디어를 넘어, 도시 한복판에서 사회적 기억을 공유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공공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