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자이드 국제공항, 항공권 없는 방문객에 터미널 개방…공항을 ‘쇼핑·여가 목적지’로 확장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이드 국제공항 (Zayed International Airport)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방문객에게 공항 터미널의 일부 상업시설을 개방하는 ‘에어포트 패스(Airport Pass·Shopping Pass)’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탑승권이 없는 비여행객도 지정된 터미널 구역에 들어가 쇼핑과 식음료 시설 등을 이용하고 공항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항을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만을 위한 교통시설에서 쇼핑과 외식, 여가를 즐기는 하나의 상업·문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공항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존 공항의 주요 소비자는 출국·입국·환승객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에어포트 패스는 공항 주변 지역 주민과 방문객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상업개발 및 마케팅 전문가 모하메드 오티피 (Mohamed Otify)는 이번 프로그램을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 장소 브랜딩(Place Branding)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했다.
경험 마케팅 측면에서는 항공편 이용이라는 공항의 본래 기능을 넘어 방문객이 공간과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기존 승객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쇼핑과 외식, 여가를 목적으로 공항을 찾는 ‘비여행객’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낸다.
장소 브랜딩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항을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교통 거점이 아니라 방문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목적지(Destination)’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건물이나 대규모 시설을 추가하지 않고 기존 터미널과 상업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수요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항 운영사와 리테일 사업자에게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공항의 비항공 수익(Non-Aeronautical Revenue)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공항의 수익원은 항공사와 승객 관련 수입뿐 아니라 면세점, 리테일, 식음료, 광고, 주차 등 다양한 상업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비여행객의 터미널 방문이 증가하면 리테일과 식음료 매출은 물론 공항 내 옥외광고와 디지털 옥외광고(DOOH)의 오디언스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공항 미디어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공항 광고가 주로 여행객과 비즈니스 승객, 고소득 소비자, 해외 방문객을 대상으로 했다면, 공항이 일상적인 쇼핑·여가 공간으로 확장될 경우 지역 소비자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미디어 접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티피는 자이드 국제공항이 건축에서 리테일 구성, 승객 동선, 디지털 경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공항 자체를 하나의 프리미엄 목적지로 인식시키는 전략이다.
결국 공항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승객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를 넘어,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자이드 국제공항의 에어포트 패스는 이런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공항은 여행객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기존 공항 자산에 새로운 고객과 소비 경험을 결합함으로써 리테일과 광고를 포함한 비항공 수익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