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브랜드 신뢰를 쌓는 옥외광고…‘IRL 미디어’의 가치 재조명
온라인 콘텐츠가 실제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실 공간에서 접하는 옥외광고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도심 거리와 대중교통, 쇼핑몰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옥외광고가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신뢰를 형성하는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칸타 (Kantar)가 지난 10월 7일 발간한 보고서는 ‘현실에서’를 뜻하는 ‘IRL (In Real Life)’ 미디어가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미국 옥외광고 기업 아웃프런트 (OUTFRONT)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올해 3월 진행한 정성조사와 4~5월 미국 11개 주요 대도시권의 만 18~64세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칸타는 광고 매체를 IRL 미디어, 전통 미디어, 온라인 미디어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비자가 어떤 환경에서 광고를 접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기 위한 분류다.
IRL 미디어에는 대형 광고판과 벽면·포스터 광고, 거리의 광고시설물, 교통시설 및 차량 내외부 광고, 매장·쇼핑몰 광고가 포함됐다. 여기에 후원 활동과 현장 행사,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브랜드 체험까지 더했다. 일반적인 옥외광고 매체에 현장 경험을 결합한 폭넓은 개념으로, 공공장소의 디지털 전광판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전통 미디어는 가정으로 배달되는 인쇄물에 실린 광고와 라디오·TV 광고로 구분했다. 온라인 미디어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팟캐스트 광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브랜드 광고 및 협찬 콘텐츠, 웹·모바일 광고를 포함했다. 이번 분류에서 중요한 기준은 화면의 유무보다 광고를 접하는 장소와 방식이다. 같은 디지털 영상이라도 거리의 전광판에서 보면 IRL 미디어, 개인의 스마트폰에서 온라인으로 접하면 온라인 미디어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온라인 콘텐츠의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폭넓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93%는 온라인에서 접하는 콘텐츠를 사람이 만들었는지, AI가 생성했는지 의문을 가진다고 답했다. AI로 만든 콘텐츠를 모두 허위로 여긴다는 뜻은 아니지만, 광고주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진정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환경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실 공간에서의 경험을 찾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서 특히 강했다. 지난 1년간 실제 공간에서 누리는 경험을 더 많이 찾았다는 응답은 Z세대 79%, 밀레니얼세대 78%로 나타났다. X세대는 66%, 베이비붐세대는 61%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오히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는 경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광고에 대한 평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밀레니얼세대의 80%, Z세대의 77%는 화면으로만 접하는 광고보다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는 광고를 더 믿을 만하다고 답했다. X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응답률은 각각 72%, 66%였다.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만으로는 이들의 매체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시사점을 준다.
칸타는 브랜드가 현실 공간에 구축하는 광고·체험 접점을 ‘물리적 접점 (Physical Layer)’으로 설명했다. 소비자가 거리와 교통시설, 매장, 행사장 등에서 브랜드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공공장소에 광고하는 브랜드가 어떤 인상을 주는지 묻자, 응답자의 41%는 누구에게나 모습을 드러내고 평가받을 자신감이 있다고 답했다. 39%는 실체를 갖추고 자리를 잡은 기업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같은 광고 소재를 소셜미디어와 옥외광고 빌보드에 각각 제시한 비교에서도 매체 환경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쪽으로 빌보드를 선택한 비율은 71%였다. 신뢰성과 메시지를 믿을 수 있는 정도 등 관련 항목에서도 빌보드를 선택한 비율이 67~70%로 나타났다. 광고의 내용이 같더라도 어디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광고 채널과의 결합 가능성도 확인됐다. 옥외광고 노출 집단 가운데 53%는 여러 채널에서 브랜드를 접하는 것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고 답했다. 브랜드가 더 믿을 만하게 느껴진다는 응답은 59%였다. 다만 인식에 변화가 없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도 있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참여형 브랜드 체험은 선호도와 신뢰 관련 평가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현장 경험은 브랜드를 발견하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콘텐츠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시작된 관심이 온라인 검색과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광고 채널과 연결할 여지도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각 매체의 역할을 결합하는 데 주목했다. 온라인 미디어가 정교한 타깃 설정과 개인화된 메시지, 콘텐츠 확산을 담당한다면, IRL 미디어는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의 존재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출퇴근길이나 쇼핑 중 접한 브랜드가 이후 스마트폰과 TV에 등장할 때, 앞선 경험이 광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옥외광고 업계가 매체의 가치를 도달률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의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다만 미국 주요 대도시권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인 만큼, 이를 모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매출 증가와 같은 실제 성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광고주가 살펴볼 과제는 현실 공간의 접점을 전체 미디어 전략에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콘텐츠의 진위를 먼저 묻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거리와 생활 공간에서 만난 브랜드는 하나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IRL 미디어의 역할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방송을 포함한 전체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