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역설... CES 2026서 확인한 옥외광고의 재부상, 스크린 피로 속에서 빛나다

존 거제마, 해리스 폴 CEO / 안나 바거, 미국옥외광고협회 회장
스태그웰(Stagwell) 갈무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세계에서 가장 기술 집약적인 행사 중 하나지만, 이번 행사에서 제시된 핵심 메시지는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브랜드에 있어 ‘물리적 세계’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CES 2026 기간 스태그웰(Stagwell) 콘텐츠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담에서는, 옥외광고(OOH)가 신뢰와 주목도, 그리고 실제 행동을 이끄는 프리미엄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 스태그웰은 AI를 통해 마케팅 혁신을 추구하는 ‘챌린저 네트워크’를 표방하며 이번 대담을 주최했다. 대담에는 안나 바거(Anna Bager) 미국옥외광고협회(OAAA·Out of Home Advertising Association of America) 회장 겸 최고경영자와 존 거제마(John Gerzema) 해리스 폴(The Harris Poll)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OOH를 과거의 전통 매체가 아닌, 현 시점에 가장 적합한 미디어로 규정했다.

거제마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크린 피로(screen fatigue)’ 현상을 강조했다. 해리스 폴 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76%는 실제 공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를 더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알파 세대다. 8~12세 아동의 84%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끊임없이 스크롤하고 광고를 건너뛰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현실적인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바거는 이러한 흐름이 OOH의 본질적 강점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광고는 차단하거나 건너뛸 수 있지만, 물리적 공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물리적 세계는 건너뛸 수 없다”고 강조하며, OOH가 소비자의 일상 동선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매체라고 평가했다. AI로 콘텐츠 생산이 쉬워질수록, 공공 공간에 실제로 존재하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신뢰와 규모를 증명하는 신호가 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담에서는 OOH가 단순한 인지도 매체를 넘어 성과형(performance)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OAAA와 해리스 폴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빠른 크리에이티브 전환과 맥락에 맞는 메시지 노출을 통해 즉각적인 소비자 행동을 유도한다. 광고를 본 뒤 모바일 검색, 매장 방문,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 마케팅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스포츠 이벤트와 연계된 OOH 광고를 본 소비자의 90%가 어떤 형태로든 행동에 나섰다고 응답했다.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자체도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다. 대형 전광판과 거리 곳곳의 옥외미디어, 그리고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는 행사 기간 동안 거대한 OOH 쇼케이스로 기능한다. 온라인과 AI 기술을 홍보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조차 물리적 스크린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은, 디지털 시대의 역설을 보여준다. 가상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실제 공간에서의 존재감은 더욱 희소하고 가치 있는 자산이 되고 있다.

2026년 이후를 준비하는 브랜드들에게 CES 2026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OOH는 데이터와 현실의 교차점에 서 있는 매체로, AI 기반 타기팅과 인간적인 접점을 동시에 제공한다. 과잉과 불신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물리적 세계는 기술의 대안이 아니라 기술을 완성시키는 필수 요소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