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도시의 대화, 디지털 옥외광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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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옥외광고(Out-of-Home, 이하 OOH) 산업이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때 인쇄물과 종이 포스터로 대표되던 전통 매체는 이제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디지털 네트워크로 진화하며, 도시와 브랜드, 소비자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빌보드는 더 이상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다. 시각적 표현력, 맥락 인식, 타깃팅 기능이 결합된 ‘스마트 접점(Smart Touchpoint)’으로 진화했다. 실시간 제어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하면서 광고주는 디지털 사고방식을 물리적 공간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태기파이(Taggify) 같은 기술 기업들이 이 변화를 주도하며, OOH를 하나의 ‘프로그래머블 미디어(Programmable Media)’로 끌어올리고 있다.

OOH의 진화 중심에는 ‘프로그램매틱 디지털 옥외광고(DOOH)’가 있다. 시간대, 날씨, 교통량, 유동 인구 등 외부 요인에 맞춰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뉴욕 타임스스퀘어·런던 피카딜리서커스·도쿄 시부야 교차로 같은 글로벌 도심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처럼 OOH는 단순한 노출을 넘어, 도시 그 자체와 상호작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과 측정’이다. 디지털 광고 전문가 스테판 키삭(Stéphan Quissac)은 “DOOH에서 어트리뷰션(Attribution)은 여전히 핵심이다. ROI를 정의할 수 있는 KPI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태기파이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산티아고 메히체(Santiago Mekhiche)는 “DOOH는 노출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입증한다”며 “매장 방문 유도(drive-to-store), 추가 매출(incremental sales), 실질적 참여(real engagement)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의 목표는 단순히 스크린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도시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다양한 화면 규격과 운영사별 기술 표준의 차이, 복잡한 크리에이티브 제작 과정,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 등은 업계의 지속적인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태기파이와 같은 기술 기업들은 자동화 및 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이러한 마찰을 줄이고, 디지털 OOH가 온라인 광고처럼 유연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OOH는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도시가 점차 스마트화될수록 빌보드는 단순한 광고판이 아닌, 인간의 움직임과 감정에 반응하는 ‘공공 인터페이스(Public Interface)’로 진화할 것이다.

OOH 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시와 사람, 그리고 데이터가 함께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 빌보드는 그 대화의 중심에서 도시의 표정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