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를 넘어선 투자, 남아공의 방치된 하우스가 브랜드의 옥외광고 미디어가 되는 순간

Kasi Digital Dis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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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츠히디소 마보테(Tshidiso Mabote) Kasi Digital Display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SNS에 게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번역·윤문한 기사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운십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다. 일상의 소비와 경제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핵심 시장이다. 주민들은 스파자 숍(spaza shop), 코너 스토어, 대형 리테일러에서 매일 생필품을 구매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광고비는 부유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며, 타운십은 구조적으로 ‘저노출·저서비스’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이 격차는 단순한 광고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실제 구매자와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특히 제조·유통 기업은 재고를 개별 소비자나 특정 지역 단위가 아니라 대형 유통센터 기준으로 구매·배분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자신들의 제품을 ‘누가’ ‘어디에서’ 구매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그 결과 아무리 완벽한 마케팅을 펼쳐도 실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타운십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그 지역에 공급된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제과·베이킹 산업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를 더 분명히 보여준다. 남아공에서는 TLC 채널의 ‘케이크 보스(Cake Boss)’ 같은 TV 프로그램이 제빵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며 산업 성장의 촉매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재능 있는 베이커들은 자신의 집 부엌에서 고객을 유지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더 큰 공간으로 확장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부족한 탓이다. 이는 실제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타운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브랜드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잠재력은 크지만 시장 접근의 구조적 장벽 때문에 성장의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타운십 옥외광고의 재구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금까지 타운십의 옥외광고는 빌보드, 전단, 단기 거리 프로모션 등 단발성 포맷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캠페인이 끝나면 가치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다. 이미 여러 타운십에는 방치된 코너 하우스가 범죄 온상이 되며 지역의 취약 지점으로 남아 있지만, 동시에 하루 종일 주민들이 오가는 고가치 접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타운십 주택은 약 10만 랜드 선에서 매입이 가능하지만, 전단·가제보·OOH 포맷을 활용한 대형 캠페인은 이보다 열 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문제는 그 비용이 지역에 어떤 자산도 남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아공 옥외광고 업계에서 논의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단순하다. 일회성 가시성을 임대하는 대신, 브랜드가 이러한 저비용·고트래픽 건물을 직접 확보해 안전하고 활기를 띤 커뮤니티 거점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대행사는 방치된 주택을 브랜드 공간이자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허브로 바꾸고, 샘플링·서비스 제공·디지털 스크린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공간은 장기 광고 자산으로서 다른 브랜드에 임대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구상은 글로벌 마케팅 환경에서 확산하는 ‘목적 기반(Purpose-Driven)’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 노출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브랜드가 실제 소비가 이루어지는 지역사회와 장기적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치안 개선, 주변 상권 활성화, 브랜드와 주민 간의 공동체적 유대 강화 등 장기적 효과도 기대된다.

타운십 시장은 이미 남아공 소비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광고·브랜딩 투자가 실제 구매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은 명확하다. 일회성 빌보드를 넘어서, 타운십의 한 모퉁이를 안전하고 기능적이며 경제적으로 활력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것이 진정한 타운십 OOH 혁신의 출발점이다.

진정한 임팩트와 투자 대비 효과(ROI)를 원한다면, 소비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 타운십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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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십(township)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도시 외곽에 형성된 대규모 거주 지역을 의미하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기의 인종 분리 정책 속에서 탄생한 독특한 도시 구조다. 이 지역은 제도적 차별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특성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 남아공 소비 시장과 지역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배경으로 평가된다.

타운십의 기원은 분명하다. 과거 백인 중심 도시권과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흑인·유색인·아시아계 주민을 각각 지정된 외곽 지역에 거주시킨 정책이 수십 년간 유지되면서,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더반 등 주요 도시 주변에는 크고 작은 타운십이 띠처럼 형성됐다. 대표적으로 소웨토(Soweto), 카야리차(Khayelitsha), 템비사(Tembisa)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각 도시의 경제 활동을 지탱하는 중요한 생활권으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