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시대에도 옥외광고가 강한 이유…대규모 도달과 정교한 타깃팅의 결합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옥외광고는 단순히 대규모 도달을 확보하는 전통 매체를 넘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타깃팅과 측정까지 가능한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광고의 목적’과 ‘크리에이티브’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옥외광고 전문 팟캐스트 비욘드 더 빌보드 (Beyond the Billboard)는 최근 미디어 전문가 리처드 로드 (Richard Lord)를 초청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옥외광고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로드는 스타컴 (Starcom) 매니징 디렉터를 비롯해 미디어 업계에서 약 30년간 경력을 쌓아온 미디어 전문가다. 그는 특히 최근 5년 동안 광고주가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과 소비자가 미디어를 접하는 방식 모두 큰 변화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TV, 라디오, 옥외광고 등 대규모 도달을 확보하는 매체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디어 환경이 크게 세분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 타깃팅 기술이 정교해졌다고 해서 대규모 도달을 제공하는 미디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로드는 지나치게 세분화된 타깃팅에 집중하면 브랜드가 기존 고객을 넘어 새로운 소비자에게 도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소비자만 반복적으로 겨냥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디어 전략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매체 자체가 아니라 캠페인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옥외광고가 항상 최선의 미디어도 아니며, 반대로 디지털이나 TV가 언제나 더 좋은 선택도 아니라는 것이다. 브랜드가 무엇을 달성하려는지 먼저 결정한 뒤 각 미디어가 그 목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소비자의 구매 과정은 과거 마케팅 이론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인지에서 고려, 구매로 이어지는 단순한 직선 구조가 아니다. 소비자는 여러 미디어와 플랫폼을 오가며 다양한 시점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접한다.
따라서 하나의 광고 소재를 TV와 소셜미디어, 옥외광고에 그대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각의 미디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정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고 로드는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옥외광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규모 도달과 높은 가시성이었다. 도로와 도심 등 소비자의 일상적인 이동 공간에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로드는 이러한 옥외광고의 기본적인 역할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디지털 옥외광고와 프로그래매틱 디지털 옥외광고, 다이내믹 크리에이티브가 확산되면서 옥외광고는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다.
광고주는 시간대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고, 지역별로 다른 광고를 집행하거나 특정 소비자층이 많이 존재하는 장소를 선택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즉 옥외광고는 대규모 도달을 제공하는 ‘항상 켜져 있는 미디어’라는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정교한 타깃팅까지 가능한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실제 광고 캠페인에서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드는 많은 광고주와 크리에이티브 대행사가 다이내믹 크리에이티브를 여전히 복잡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과 장소, 타깃별로 여러 종류의 광고 소재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인식도 있다.
결국 하나의 광고 소재를 만들어 모든 장소와 시간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그는 이 같은 ‘원 사이즈 피츠 올(One-size-fits-all)’ 방식이 옥외광고뿐 아니라 다른 미디어에서도 광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라디오 광고라도 방송사마다 청취자가 다르고, 같은 옥외광고라도 공항과 쇼핑몰, 도로 이용자의 상황과 심리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담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된 주제는 크리에이티브였다. 좋은 위치의 대형 광고매체를 확보했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로드는 최근 광고·미디어 업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디어 업계가 수십 년 동안 이야기해 온 ‘임팩트’를 새로운 용어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미디어 플랜과 정교한 관심도 측정 지표를 사용해도 광고 소재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캠페인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옥외광고는 소비자가 광고를 건너뛸 수 없다는 점에서 관심 확보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광고는 소비자가 스크롤을 통해 몇 초 안에 지나칠 수 있지만 도로에 설치된 빌보드는 물리적인 공간에 계속 존재한다. 소비자가 메시지를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로드는 “보인다는 것과 관심을 끈다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수백㎡ 규모의 대형 광고라도 크리에이티브가 좋지 않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어렵고, 반대로 작은 광고매체라도 뛰어난 크리에이티브가 적용되면 더 강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항이나 쇼핑몰, 체육시설처럼 소비자가 비교적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옥외광고의 장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단순히 체류시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광고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항 라운지의 여행객과 체육시설 이용자, 쇼핑몰 방문객은 각각 다른 상황과 심리 상태에 있다. 따라서 광고주는 소비자가 광고를 접하는 장소와 순간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로드는 “미디어가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적절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지 못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측정 역시 향후 옥외광고 산업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로드는 옥외광고 측정 기술 자체보다 서로 다른 미디어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매체사는 VAC(Visibility Adjusted Contact)를 사용하고 다른 사업자는 교통량이나 노출수(Impressions)를 제시하면서 광고대행사가 서로 다른 옥외광고 매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로드는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지표의 숫자가 크거나 작은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으로 여러 매체를 비교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광고주와 대행사가 서로 다른 매체를 비교할 때 같은 기준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미디어 플래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측정 수치가 높은 매체가 반드시 좋은 옥외광고 매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매체가 위치한 장소, 타깃 소비자가 해당 지역을 이용할 가능성, 주요 상업시설이나 목적지와의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측정 데이터는 매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로드는 옥외광고에 대한 광고주들의 대표적인 오해로 ‘타깃팅하기 어렵고 측정할 수 없는 대중 매체’라는 인식을 꼽았다. 하지만 디지털 옥외광고와 프로그래매틱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특정 시간과 장소, 소비자 행동에 맞춘 정교한 캠페인이 가능하고 측정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만 모든 옥외광고 캠페인을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캠페인의 목적과 환경에 맞는 구매 방식과 미디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로드는 “옥외광고를 올바른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다른 어떤 미디어 플랫폼과 비교해도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뛰어난 옥외광고 캠페인은 광고를 넘어 사람들의 대화와 문화 속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