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고의 그늘 커질수록 빛나는 옥외광고의 '신뢰' 자산

엘리 리브스 (오른쪽 두번쩨) / Source: Media360 Public Gallery

영국 옥외광고 전문기업 탈론 (Talon)의 효과성 매니저(Effectiveness Manager) 엘리 리브스 (Ellie Reeves)는 최근 캠페인(Campaign)이 주최한 미디어360(Media360) 행사에 참석해 광고 산업이 직면한 주요 과제를 공유했다.

그녀는 지난 2년간 광고업계에서 ‘신뢰(Trust)’가 다시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효과 분석가 피터 필드(Peter Field) 등이 신뢰가 브랜드 성장에 미치는 상업적 효과를 입증한 데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불만이 확대되면서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광고산업 다양성 조사인 ‘올 인 센서스(All In Census)’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의 60%가 자신이 속한 광고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미디어360 행사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주요 연사들의 공통된 메시지였다. 알렉스 베이커(Alex Baker) 바우어 미디어(Bauer Media)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은 많은 시간을 소셜 플랫폼에서 보내지만, 정작 자신이 접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허위정보와 사기성 광고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의 댄 지닌(Dan Geneen) 역시 행사에서 “메타(Meta) 광고 매출의 약 10%가 사기성 광고와 관련돼 있다”는 로이터 통신 자료를 인용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베이커는 디지털 플랫폼 역시 전통 미디어 수준의 규제와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고 승인 절차와 판매되는 광고 인벤토리뿐 아니라 플랫폼 운영 구조 자체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옥외광고는 소비자에게 현실 기반의 신뢰를 제공하는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옥외광고는 수십 년 동안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건물주 등과 협력하며 광고 안전성과 공공성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과정이 소비자 신뢰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탈론 자체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 목적을 담은 광고가 옥외광고 매체를 활용할 경우 브랜드 신뢰도는 평균 1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뢰도 향상이 발생한 캠페인은 브랜드 전반 성과 지표에서도 평균 90% 더 높은 상승 효과를 기록했다.

이 같은 효과는 업종과 브랜드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미 높은 신뢰를 보유한 브랜드는 물론 신뢰 구축이 필요한 브랜드 모두에게 옥외광고가 중요한 신뢰 형성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ource: Media360 Public Gallery

인공지능(AI) 기반 대형언어모델(LLM) 역시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샘 톰린슨(Sam Tomlinson) 미디어센스(MediaSense) 대표는 일부 브랜드들이 경쟁사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레딧(Reddit) 등에 유포해 AI 모델의 응답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이 로저스(Guy Rogers) 레노버(Lenovo) 관계자는 “LLM이 본격적으로 광고 수익화 단계에 진입하는 만큼, 디지털 광고가 성장하던 15년 전 제기했어야 할 윤리적 질문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이 왜 특정 광고의 타깃이 됐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광고가 강점으로 내세워온 정밀 타기팅 역시 점차 제약을 받고 있다.

반면 옥외광고는 개인정보 수집에 의존하지 않고 익명화된 데이터와 위치 기반 정보를 활용해 타기팅을 수행한다. 업계는 이를 통해 브랜드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광고 환경 변화도 옥외광고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기반의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접근 대신 ‘어디에 있는가, 언제 있는가, 어떤 상황인가’라는 맥락 중심 광고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는 본질적으로 위치와 환경, 날씨, 시간대 등 다양한 상황 정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맥락 기반 미디어로 평가받는다.

이번 행사에서는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에 대한 맹신에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레베카 버치널(Rebecca Burchnall) PHD 관계자는 “ROI는 단순히 얼마나 저렴하게 집행했는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리 데이킨(Jerry Daykin)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 관계자도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투자 규모를 지나치게 줄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 브라운(Ben Brown) 올윈(Allwyn) 관계자는 “실질적인 전환과 사업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더 높은 CPM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는 더 많은 노력과 가치 창출의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결국 낮은 CPM보다 신뢰, 장기적 브랜드 구축, 그리고 책임 있는 광고 환경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옥외광고는 광범위한 도달력이라는 전통적 강점에 더해 프로그램매틱 DOOH(pDOOH), 실시간 최적화, 데이터 기반 타기팅 등을 결합하며 브랜드 구축과 성과 마케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매체로 진화하고 있다.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옥외광고는 신뢰가 희소한 시대에 더욱 중요한 광고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