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본 광고는 여행객을 따라간다…빌럽스가 주목한 공항광고 측정의 변화
공항광고의 가치는 과연 공항 안에서만 측정해야 할까. 여행객이 공항에서 광고를 본 뒤 다른 도시나 국가로 이동하고, 며칠 후 제품을 구매하거나 브랜드 웹사이트를 방문한다면 공항에서의 광고 노출은 소비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글로벌 옥외광고 전문기업 빌럽스 (billups)는 최근 발표한 ‘The Journey Continues Beyond the Airport’ 자료를 통해 공항광고의 성과 측정 방식이 단순 노출량 중심에서 여행객의 이동과 이후 행동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빌럽스에 따르면 기존 옥외광고 어트리뷰션(Attribution·광고 기여도 측정)은 비교적 일정한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행동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소비자가 매장 주변에서 광고를 보고 일정 시간 안에 해당 매장을 방문하거나 구매하면 광고 노출과 행동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항 이용객은 이 같은 일반적인 소비자 이동 패턴과 다르다. 런던에서 광고를 본 여행객이 싱가포르로 이동할 수도 있고, 두바이 공항에서 브랜드를 접한 소비자가 뉴욕에 도착한 뒤 구매할 수도 있다. 환승 과정에서 광고를 접한 비즈니스 여행객이 며칠 뒤 자국으로 돌아가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공항광고의 영향력은 광고가 설치된 특정 장소와 노출 순간에 머물지 않는다. 여행객의 이동과 함께 다른 도시와 국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빌럽스의 데이터 전략가 아니시 사카르 (Anish Sarkar)는 기존 어트리뷰션 방식이 광고 노출과 소비자 행동이 같은 시장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지만, 여행객은 이러한 전제에서 벗어나는 오디언스라고 설명했다. 한 도시에서 광고를 본 뒤 며칠 후 다른 지역에서 전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지역 중심의 측정 방식만으로는 공항광고의 영향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항광고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공항광고에서는 공항 이용객 수와 광고 노출량(Impressions)이 주요 지표로 활용됐다. 광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기회를 확보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데이터다.
하지만 빌럽스는 노출량만으로 실제 광고 영향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항은 일반적인 옥외광고 공간과 다른 미디어 소비 환경을 갖고 있다. 여행객은 항공편 출발을 기다리며 비교적 오랜 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내고 체크인, 보안검색, 면세구역, 탑승구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브랜드 캠페인을 반복적으로 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단순히 스크린 앞을 몇 명이 지나갔는지보다 여행객이 광고에 얼마나 주목했는지를 파악하는 ‘어텐션(Attention·주목도)’이 중요한 측정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빌럽스의 분석이다.
특히 공항의 긴 체류시간(Dwell Time)과 반복적인 광고 접점은 공항광고의 미디어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광고를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측정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광고가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공항광고 어트리뷰션도 ‘장소’를 중심으로 측정하는 방식에서 ‘여행객’을 중심으로 측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정 공항에서 광고를 본 사람이 이후 어느 지역으로 이동했는지, 온라인에서 브랜드와 어떤 접점을 만들었는지, 매장을 방문했는지, 앱을 내려받았는지 등을 연결할 수 있다면 공항광고를 전체 고객 여정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럽스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 보고(Reporting)’에서 ‘여정 인텔리전스(Journey Intelligence)’로의 진화로 보고 있다.
공항 이용객 수와 광고 노출량뿐 아니라 어텐션, 체류시간, 오디언스 구성, 국내외 이동 패턴, 매장 방문, 웹사이트 이용, 앱 다운로드, 브랜드 리프트(Brand Lift) 등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야 공항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친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케터의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몇 명이 이 광고 스크린 앞을 지나갔는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공항이라는 미디어 환경이 소비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만들었는가”가 보다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빌럽스는 현재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을 활용해 공항에서의 광고 노출과 이후 소비자 행동을 연결하는 측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에서 이동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공항 광고 가시권(Viewshed)과 주요 관심지점(POI)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노출 이후 발생한 오프라인 및 온라인 행동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여행객의 이동 경로를 추정하는 방문 모델링(Visitation Modeling)과 광고 노출 후 24시간 이내 실시하는 공항 설문조사 데이터를 결합해 공항을 떠난 이후까지 이어지는 고객 여정을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빌럽스 애널리틱스 (billups Analytics™)’ 제품군을 통해 제공된다. 핵심 솔루션인 ‘에어포트 대시보드 (Airport Dashboard)’는 기존 캠페인 보고 데이터와 어텐션 기반 지표를 결합해 광고 집행 결과를 분석한다.
또 위치 방문(Location Visitation), 웹 방문(Web Visitation), 앱 다운로드 어트리뷰션(App Download Attribution), 브랜드 리프트 등의 분석을 통해 공항에서의 광고 노출이 이후 실제 소비자 행동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파악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공항광고의 경쟁력은 단순히 많은 여행객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데만 있지 않다. 구매력이 높은 국제 여행객과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동 과정에서 브랜드를 접하고, 그 경험을 다른 도시와 국가까지 이어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지역 기반 옥외광고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빌럽스는 앞으로 공항광고 측정이 단순한 ‘노출 측정’에서 실제 ‘영향력 측정’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항에서 발생한 광고 접점과 이후 여러 도시와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나타나는 소비자 행동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측정 모델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텐션과 어트리뷰션, 여행 여정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공항광고 역시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매체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공항광고의 영향력은 여행객이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광고를 접한 여행객이 이동하는 도시와 국가, 그리고 이후의 온라인·오프라인 행동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공항광고 성과 측정의 기준도 이제 ‘광고가 어디에서 노출됐는가’에서 ‘광고를 본 여행객이 이후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했는가’로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