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WA Cannes] AI·관세·소비 성향 변화로 분절되는 세계경제…여행 리테일, 기술보다 ‘창의적 대응력’이 중요해졌다
글로벌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여행 리테일 산업 역시 새로운 성장 공식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유무역 확대와 국제 이동 증가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존 구조가 약해지는 가운데, 앞으로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학자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맥윌리엄스 (David McWilliams)는 프랑스 칸에서 열린 ‘TFWA 월드 엑시비션 & 컨퍼런스 2026 (TFWA World Exhibition & Conference 2026)’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 비즈니스 환경이 이전보다 복잡하고 분절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윌리엄스는 최근의 변화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세계화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자본 이동, 인력 이동이 각국의 관세 정책과 국경 관리 강화,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중심 정책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여행 리테일 산업에 특히 민감하게 작용한다. 여행 리테일은 항공과 관광, 국제 브랜드, 국경을 넘는 소비가 결합된 대표적인 글로벌 산업이다. 국제 이동이 증가할수록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무역 갈등이나 환율 변화, 정책 규제와 같은 외부 변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맥윌리엄스는 이러한 환경에서 숫자와 경제 모델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활동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으며, 실제 소비와 투자, 기업 활동은 개인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가격이나 기능만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과 경험, 사회적 관계, 브랜드가 전달하는 의미 등이 구매 행동에 함께 영향을 미친다.
여행 리테일에서는 이러한 인간 중심의 소비 특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공항과 면세점은 일상적인 쇼핑 공간과 성격이 다르다. 소비자는 여행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상품을 접하기 때문에 가격뿐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재미와 여행의 기억, 선물의 의미, 자신을 위한 소비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한다.
맥윌리엄스는 고가 시계를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시간을 확인하는 기능만 놓고 보면 저렴한 제품이나 스마트폰으로 충분하지만, 소비자가 고가의 시계를 구매하는 이유는 기능을 넘어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정체성, 소유 경험 등 복합적인 가치를 함께 구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여행 리테일 사업자에게 상품 자체보다 상품이 전달하는 이야기와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화의 변화 역시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맥윌리엄스는 과거 세계 경제가 상품과 자본, 사람이 국경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면 최근에는 각국이 국내 산업과 일자리, 공급망 안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재 확보도 중요한 경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제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도 기존 강국과 신흥 생산국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는 한편, 자국 브랜드나 지역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소비 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 여행 리테일 사업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상품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별 소비자 정서와 문화적 차이를 세밀하게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도 이날 발표의 중요한 주제였다.맥윌리엄스는 AI가 기업의 업무 방식과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업무와 직업 구조가 변해왔다. AI 역시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행 리테일에서도 AI와 데이터는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며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것인지, 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맥윌리엄스는 경제와 산업 발전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교류하는 도시와 산업 환경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개방성이 예술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과 경제적 혁신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여행 리테일 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공항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만나는 대표적인 국제 공간이다. 다양한 문화와 소비 방식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브랜드와 유통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실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가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국가 간 경쟁이 강해지더라도 여행과 소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행객을 단순한 ‘유동 인구’로 바라보기보다 각기 다른 목적과 감정, 취향을 가진 소비자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여행 리테일의 경쟁력도 공항을 찾는 사람의 숫자보다 그들에게 어떤 경험과 발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AI와 데이터가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면,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품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창의성은 앞으로도 여행 리테일의 중요한 경쟁 자산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