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잔을 들기보다 먼저 눈을 맞춰라: OOH가 대중 접점을 넓혀야 효과가 나는 이유
OOH가 왜 바(bar)의 구석에서 혼자 마실 것이 아니라, 댄스플로어에서 적극적으로 ‘플러팅’해야 하는가?
(Why OOH should be flirting on the dancefloor, not drinking alone at the bar?)
필자가 미디어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줄곧 느껴온 사실이 있다. 옥외광고(OOH)는 언제나 ‘은근히 방정맞은 매력’을 지닌 매체라는 점이다. 때로는 제임스 본드처럼 고급스러운 옷차림에 세련된 타기팅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관심만 있다면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춤을 출 준비가 돼 있는 스타일이었다. 또 다른 순간에는 ‘조이 트리비아니’ 같은 존재였다. 단순하지만 당당하게 “How you doin’?”을 던지며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눈길을 보내는 방식 말이다. 브리프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대중과의 넓고 자연스러운 접점—이른바 ‘플러팅’—이야말로 OOH가 일관되게 보여온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최근 브랜드와 OOH 모두 디지털의 초정밀 타기팅에 매료되면서, 이 매체가 원래 지니고 있던 대담함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치 필자가 1990년대 후반 크로이던(Walkabout Croydon) 클럽 댄스플로어 한편에 쭈뼛 서 있던 열여덟 살 시절처럼,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이미 아는 사람에게만 말을 걸며, 스스로 고립돼 버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사이 다른 이들은 아무와도 기꺼이 대화를 나누며 ‘Boom! Shake The Room’에 몸을 맡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필패는 당연했다. 나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니었고, 그날 밤 유일하게 말을 건 여성은 집을 나설 때 작별 인사를 건넨 어머니뿐이었다. 반면 친구들은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 대화하고, 웃고, 춤추며 온몸으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비결을 묻자 친구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단, 그거 어렵지 않아. 그냥 숫자의 문제야. 넌 숫자가 부족해. (‘Dan, it's not that hard mate. It’s a numbers game, and you don’t have the numbers.’)” 낭만적이진 않았지만 맞는 말이었다.
바로 여기에서 OOH의 힘이 나온다. 열여덟 살의 필자와 달리, OOH는 조이 트리비아니 같은 숫자—즉, 도달 범위와 빈도—를 갖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OOH(DOOH)의 확장은 매체를 더욱 매력적이고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본드’스러워지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웃어주고, 눈을 맞추고, 반복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수록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는 자연스레 ‘불꽃’이 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이퍼 타기팅과 프로그래머틱 OOH를 기꺼이 수용하되 경계 또한 늦춰선 안 된다. 이들 기술은 특정 타깃을 깊게 겨냥하고,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며, 브랜드와 소비자에게 적합한 순간에 광고를 자동으로 전개할 수 있게 한다. 어떤 제품·브리프에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OOH 대비 비용이 상당히 높으며, 단독으로 집행할 경우 도달률이나 빈도를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이미 유명 브랜드이거나 다른 매체에서 충분히 OOH 노출을 확보하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나치게 좁은 타기팅은 결국 ‘공간 속 고립’을 만들 수 있다.
즉, 열여덟 살의 필자처럼 구석에 서서 거의 누구와도 접점이 없이 기적 같은 ‘첫눈에 반함’을 기다리는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이 경쟁 브랜드는 댄스플로어 한가운데서 모든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관계의 성공이 그러하듯, 핵심은 균형이다. 먼저 댄스플로어로 나서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선을 끌고,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핵심 순간마다 적절히 등장해 신뢰를 쌓고, 장기적인 열기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OOH, DOOH, 프로그래머틱 OOH가 함께 만들 수 있는 조합이자, 브랜드가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도 ‘진짜 그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하는 길이다.
하지만 애초에 댄스플로어에 서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매력적이고 우아한 매체라 해도, 결국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