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라 도심 빌보드 대거 철거… 가나 옥외광고 산업, 규제 공백의 민낯 드러나다

가나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업계가 기대해 온 현대화의 결과라기보다, 규제 혼선이 빚어낸 충돌의 단면에 가깝다. 최근 그레이터 아크라 지역 전역에서 진행 중인 무차별적 빌보드 철거 조치는 정부와 가나광고협회(Advertising Association of Ghana·AAG) 간의 정면 대립으로 번지며 도시 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앤드루 아카(Andrew Aka) AAG 회장은 현행 단속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AAG는 20여 년간 도시 미관과 안전을 위한 ‘정비’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현재의 집행은 합법·불법 구분 없이 진행되는 선택적 철거라는 지적이다. 명확한 기준과 로드맵, 업계와의 사전 협의 없이 구조물이 철거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심각한 규정 미준수 문제가 자리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기존 빌보드의 약 80%가 안전 및 도시 미관 기준을 담은 GS 8847:2019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더욱이 전체 구조물의 95%가 식별 표식 없이 운영되고 있어 소유주 확인과 책임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리 체계의 부재가 시장의 무질서를 키워온 셈이다.

문제는 이를 단순한 허가 분쟁으로 축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옥외광고 산업은 도시의 ‘스트리트 퍼니처’로 기능하며 상업적 활력과 도시 이미지를 동시에 형성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2012년 이후 계류 중인 광고법안으로 인해 제도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비전문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했고, 이는 산업 전반의 신뢰도와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AAG는 신규 허가 발급의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모든 기존 광고물에 대한 의무적 태깅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합법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고, 단계적 정비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철거 중심의 사후 대응이 아니라, 투명한 기준 아래 산업을 재정비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아프리카의 관문’을 자처하는 가나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경관 정비를 넘어 제도적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일방적 철거를 이어갈지, 아니면 업계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할지에 따라 가나 옥외광고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