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M으로 옥외광고 가치를 비교할 수 있을까?…OOH 측정 지표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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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국 옥외광고 대행사 라우드! OOH 창업자 제이미 로버츠가 디지털 사이니즈 펄스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번역·재구성했다.

온라인 광고와 옥외광고는 모두 ‘임프레션(Impression·노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두 매체에서 임프레션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온라인 광고의 임프레션이 시스템에 실제로 남는 기록이라면, 옥외광고의 임프레션은 사람들이 광고를 볼 가능성을 데이터와 모델을 통해 산출한 ‘추정치’에 가깝다.

영국 독립 옥외광고 대행사 라우드! OOH (Loud! OOH)의 창업자 제이미 로버츠 (Jamie Roberts)는 최근 옥외광고 온라인 매체 디지털 사이니지 펄스(Digital Signage Pulse)기고문을 통해 옥외광고에서 사용하는 임프레션이 과연 광고 거래의 절대적인 ‘지표(Currency)’가 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로버츠는 구글 (Google) 애드워즈 (AdWords) 영국·아일랜드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뒤 지난 6년 동안 빌보드, 버스 광고, 디지털 옥외광고(DOOH), 교통광고 등을 직접 구매해왔다. 디지털 광고와 옥외광고 양쪽을 경험한 그는 두 시장에서 사용하는 ‘임프레션’이라는 단어가 같을 뿐 실제 숫자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광고에서 임프레션은 일종의 ‘기록’이다. 광고가 송출되면 시스템이 이를 기록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옥외광고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건물에 설치된 빌보드나 도로를 달리는 버스 광고에는 온라인 광고와 같은 광고 서버가 없다. 특정 사람이 광고 앞을 지나갔다고 해서 자동으로 노출 기록이 생성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옥외광고의 임프레션은 교통량, 보행량, 이동 데이터, 광고물의 가시성, 이동 속도와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를 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영국은 세계적으로 비교적 정교한 옥외광고 측정체계를 갖춘 시장으로 평가된다. 영국 옥외광고 측정기관 루트 (Route)는 광고주와 광고회사, 미디어 사업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입소스 (Ipsos)가 현장 조사를 수행한다. 대규모 GPS 이동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분석하고 독립적인 교통량과 보행량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보정한다.

여기에 시선추적 연구를 활용한 가시성 분석을 더한다. 단순히 광고물 앞을 지나간 사람을 모두 노출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광고를 볼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정하는 것이다.

국가가 달라지면 측정기관과 방법론의 이름도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지오패스 (Geopath)가 옥외광고 오디언스 측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호주는 무브 (MOVE), 뉴질랜드는 캘리버 (Calibre), 프랑스는 모비메트리 (Mobimetrie), 남아프리카공화국은 OHMC 등이 각각 시장에 맞는 측정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조사 방법과 데이터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하다. 옥외광고를 본 사람을 온라인 광고처럼 직접 집계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노출 가능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독립적이고 통합된 측정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시장이다.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시장에서는 광고주와 광고회사, 미디어 사업자가 공동으로 인정하는 통합 오디언스 측정 기준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이런 시장에서는 미디어 사업자가 자체 조사한 유동인구나 교통량,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노출량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자체 데이터가 반드시 부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유동인구 조사와 이동 데이터를 확보한 미디어 사업자의 분석은 광고주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광고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동시에 해당 광고의 예상 노출량을 산정한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숫자가 어떤 데이터와 방법론, 가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로버츠가 독립적인 옥외광고 측정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완벽한 실측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광고주와 광고회사, 미디어 사업자가 공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광고의 임프레션이 완벽한 측정 지표라는 의미는 아니다. 온라인 광고는 광고 송출을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지만 봇(Bot)이나 비정상 트래픽까지 임프레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이 정확하게 기록했다고 해서 그 모든 노출이 실제 소비자에게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디지털 광고와 옥외광고는 서로 다른 측정의 한계를 갖는다. 디지털 광고는 비교적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실제 사람이 아닌 트래픽이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옥외광고는 현실 공간을 이동하는 실제 사람을 기반으로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이 광고를 봤는지는 확정하기 어렵다.

이 차이는 CPM(Cost Per Mille·1,000회 노출당 비용)을 비교할 때 더욱 중요해진다. CPM은 광고비를 임프레션으로 나눠 계산한다. 옥외광고의 광고비는 실제 거래되는 금액이지만 분모에 들어가는 임프레션이 추정치라면 CPM 역시 해당 오디언스 측정 모델과 가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서로 다른 미디어 사업자의 옥외광고 상품을 CPM만으로 비교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예를 들어 비슷한 위치와 조건을 가진 두 개의 옥외광고 매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업자가 유동인구나 광고 가시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추정하면 예상 임프레션도 증가한다. 광고가격이 같더라도 계산상 CPM은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CPM이 낮은 이유가 실제 광고 효율이 높기 때문인지, 아니면 임프레션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로버츠는 이런 이유로 옥외광고에서 임프레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프레션을 절대적인 거래 지표로 받아들이기보다 옥외광고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사이트별·기간별 가격’이다. 특정 도로변 빌보드를 2주 동안 사용하는 가격은 실제 거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다. 복잡한 오디언스 모델을 이해하기 어려운 중소 광고주에게도 직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물리적 공간에서 확보하는 광고 점유율, 즉 SOV(Share of Voice)다. 옥외광고는 특정 공간을 일정 시간 또는 일정 기간 점유한다. 주요 교차로나 지하철역, 공항, 버스정류장 등에서 핵심 광고면을 확보한다면 해당 공간에서 브랜드가 갖는 존재감 자체가 중요한 광고 가치가 된다.

세 번째는 공간의 ‘맥락(Context)’이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광고를 접하고 얼마나 머무르는지, 어떤 목적으로 해당 장소를 이용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처럼 일정한 체류시간이 발생하는 장소와 차량이 빠르게 통과하는 도로변 광고는 같은 임프레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다.

마지막은 광고 집행 이후 나타나는 ‘성과(Outcome)’다. 웹사이트 방문 증가, 브랜드 검색량 변화, QR코드 스캔, 매장 방문객 증가, 예약이나 구매 증가 등 실제 행동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각각의 지표에도 한계가 있지만 단순한 예상 노출량을 넘어 광고가 실제 소비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버츠 역시 사이트별 가격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영국 리즈의 빌보드와 맨체스터의 빌보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도로변 빌보드와 철도광고 가운데 어떤 매체가 특정 브랜드에 적합한지를 단순 가격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옥외광고 오디언스 측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지역과 매체, 광고 포맷을 비교하고 체계적인 미디어 플래닝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공통 지표가 필요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임프레션의 폐지가 아니라 그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광고가격과 실제 매체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오디언스 임프레션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하되, 해당 숫자가 어떤 데이터와 가정을 통해 산출됐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측정값’과 ‘예측값’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옥외광고 임프레션이 모델을 통해 산출된 예상치라면 이를 실제 집계된 숫자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예상 임프레션’ 또는 ‘추정 노출량’이라는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옥외광고가 디지털 광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숫자의 정밀성을 경쟁할 필요도 없다. 옥외광고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현실 공간에 있다. 실제 사람들이 출퇴근하고 여행하고 쇼핑하며 생활하는 장소에서 브랜드가 소비자를 만난다. 특히 대형 빌보드나 교통광고, 공항광고처럼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는 매체는 위치와 크기, 반복 노출, 주변 환경과의 관계 자체가 광고 효과를 구성한다.

향후 옥외광고 측정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데이터와 유동인구 분석, DOOH 송출 검증, 매장 방문 효과, 검색량 변화, 구매 행동과의 연계 등이 정교해지면서 광고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측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 숫자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임프레션이 실제 집계값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인지, 어떤 조사와 가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광고주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CPM 역시 하나의 비교 지표로 활용하되 그것만으로 옥외광고 매체의 가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위치, 광고가격, SOV, 체류시간, 공간적 맥락, 크리에이티브의 영향력 그리고 실제 캠페인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옥외광고가 가진 현실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로버츠의 문제 제기는 임프레션 측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옥외광고 산업이 임프레션이라는 숫자를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주장에 가깝다.

옥외광고가 디지털 광고의 측정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현실 공간에서 실제 사람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매체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평가 기준을 발전시킬 때, 광고주에게도 옥외광고의 가치를 더욱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