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포스터를 혐오 한 오길비, 도시가 원하는 옥외광고를 만든 장클로드 드코

현대 광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 (David Ogilvy)는 역설적으로 옥외광고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1963년 출간한 저서 ‘어느 광고인의 고백(Confessions of an Advertising Man)’에서 아름다운 경관이 광고판으로 더 나아진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은퇴하면 가면을 쓴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밤마다 옥외광고 포스터를 철거하겠다는 과격한 농담도 덧붙였다.

오길비가 옥외광고의 효과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비판은 광고판이 거리와 경관, 시민의 시선을 이용하면서도 정작 그 공간에 아무런 가치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데 가까웠다.

옥외광고 기술기업 지기테크 (XIGI Tech)의 CEO 타밀 아라산 (Tamil Arasan)은 최근 SNS에서 오길비의 이러한 문제의식과 장클로드 드코 (Jean-Claude Decaux)가 만든 새로운 사업모델을 연결해 조명했다.

장클로드 드코 / 제이씨데코 홈페이지 갈무리

오길비의 책이 출간된 이듬해인 1964년, 프랑스에서는 옥외광고의 역사를 바꾸는 실험이 시작됐다.

도로변 광고사업을 운영하던 당시 27세의 장클로드 드코 는 관련 규제 강화로 기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광고를 도시의 공공시설과 결합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가 프랑스 리옹시에 제안한 것은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버스정류장이었다.

기업이 버스정류장을 설치하고 청소와 유지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광고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방정부는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시민에게 필요한 공공시설을 제공하고, 기업은 광고 판매를 통해 설치 및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리옹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1964년 40개의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 광고와 공공시설을 결합한 ‘광고형 스트리트 퍼니처’ 사업모델이 출발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제를 바라봤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오길비는 경관을 훼손하는 광고판을 비판했고, 드코는 도시와 시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는 옥외광고를 만들었다. 한 사람은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사람은 사업모델로 해법을 제시했다.

드코가 설립한 제이씨데코는 이후 버스정류장을 넘어 공항과 대중교통, 공공자전거, 공중화장실, 디지털 옥외광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제이씨데코가 2026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79개국에서 약 110만 개의 광고 패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도달 인구는 약 8억5000만 명에 달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오길비와 드코가 던진 질문은 유효하다. 디지털 화면이 더 커지고 밝아졌다고 해서 옥외광고가 도시와 시민에게 제공하는 가치까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버스정류장과 조명, 공중화장실, 충전시설, 식수대, 도시정보와 같은 공공 기능이 결합될 때 옥외광고는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도시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옥외광고의 미래는 광고판을 무조건 지키는 데 있지 않다. 도시의 공간과 시민의 시선을 사용하는 만큼 무엇을 돌려줄 것인지 답하는 데 있다. 시민이 필요로 하고 도시가 기꺼이 받아들이는 광고를 만드는 것, 그것이 오길비의 비판에 드코가 사업으로 내놓은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