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직접 긁는 빌보드…런던에 등장한 스크래처 빌보드

영국 런던에 고양이가 직접 사용하도록 만든 이색 옥외광고가 등장했다. 단순히 사람의 시선을 끄는 광고판이 아니라, 고양이가 직접 발톱을 갈고 머물 수 있는 ‘스크래처형 빌보드’다.

광고·마케팅 전문매체 로스트브리프 (Roastbrief)에 따르면, 영국의 신선 고양이 식품 브랜드 마로 (Marro)는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원더풀 씽스 (Wonderful Things)와 함께 최근 런던 시내 곳곳에 고양이 크기에 맞춘 미니 옥외광고물을 설치했다.

마로 (Marro)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광고의 ‘사용자’를 사람에서 고양이로 바꿨다는 데 있다. 광고판 표면은 고양이가 실제로 발톱을 갈 수 있도록 스크래칭 포스트 형태로 제작됐다. 고양이가 광고판을 긁거나 주변에 앉아 머무는 동안 보호자는 자연스럽게 광고판 상단에 적힌 메시지를 읽게 된다. 고양이의 행동을 통해 사람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구조다.

마로 (Marro)

광고 문구 역시 고양이의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카피는 “새벽 3시에 야옹한다고? 그걸로 돈 벌어라(MEOWING AT 3AM? GET PAID FOR IT)”와 “집에 가서 네 인간에게 소리 질러(GO HOME AND YELL AT YOUR HUMAN)” 등이다.

유머러스한 메시지는 마로가 진행하는 ‘마로 미우 (Marro Meow)’ 콘테스트로 이어진다. 보호자가 자신의 고양이 울음소리를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MeowForMarro’ 해시태그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콘테스트는 2026년 9월 6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진행되며, 소셜미디어 투표와 심사위원단 평가를 거쳐 최종 우승 고양이를 선정한다. 우승자에게는 1만 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지며, 수상 결과는 9월 14일부터 18일 사이 발표될 예정이다.

심사위원에는 걸그룹 푸시캣 돌스 (Pussycat Dolls) 출신 킴벌리 와이엇 (Kimberly Wyatt)이 참여했으며, 캠페인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알려진 반려묘 머브 더 캣 (Merv the Cat)도 등장했다.

마로의 시니어 브랜드 마케팅 리드 피네건 셰퍼드 (Finnegan Shepard)는 이번 캠페인의 출발점에 대해 기존처럼 보호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자체를 미디어의 중심에 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더풀 씽스의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그레이스 프랜시스 (Grace Francis) 역시 사람들이 평소 자신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듯 브랜드도 고양이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영국 옥외광고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경험형 옥외광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도 광고 구조물 자체의 기능을 바꾸는 것만으로 강한 주목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 옥외광고가 사람의 ‘시선’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마로는 먼저 고양이의 ‘행동’을 만들어냈다. 고양이가 광고판을 긁으면 보호자가 바라보고, 보호자가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 해당 장면은 다시 소셜미디어로 확산된다. 작은 오프라인 광고물이 고양이의 행동과 보호자의 참여를 거쳐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되는 구조다.

반려동물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반려동물이 광고물을 직접 ‘사용하도록’ 만든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마로는 빌보드의 크기를 고양이에 맞게 줄이는 대신, 옥외광고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의 범위를 넓혔다.

이번 캠페인은 옥외광고의 경쟁력이 반드시 화면의 크기나 기술의 복잡성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누구를 움직이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떻게 사람의 관심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이 경험형 옥외광고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