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디지털 미디어, 루믹스 애드버타이징이 바꾸는 미국 마이에미의 옥외광고 지도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소형 전기차가 일상화된 도시의 거리 위에서, 이제 광고판도 함께 움직인다. 루믹스 애드버타이징(Lumix Advertising)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이다. 고정된 빌보드 대신 이동형 스크린을 활용해 ‘사람이 다니는 길’을 따라다니며, 광고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구조다.
광고주에게는 기존 OOH(Out-of-Home) 대비 더 세밀한 데이터 타기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하고, 운행 파트너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 도시와 기술, 광고가 연결되는 이 새로운 시장을 조너선 셔먼(Jonathan Sherman) 공동창업자는 “움직이는 OOH”라고 정의한다.
“옥외광고는 죽지 않았습니다. 단지 더 똑똑해졌을 뿐이죠.” 셔먼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 옥외광고 산업의 변곡점을 명확히 짚었다. 미국의 OOH 시장은 오랫동안 라마(Lamar), 아웃프런트(Outfront), 클리어채널(Clear Channel) 등 대형 사업자들이 주도해왔다. 이들은 고속도로, 옥상, 버스정류장 같은 고정 자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그 모델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셔먼은 도시의 이동 행태가 바뀌는 순간, 광고의 지형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마이애미에서 우리는 배달 기사, 전동 킥보드 이용자, 도심 내 이륜 전기차들이 도시를 새롭게 점령하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여전히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죠.”
그는 이 변화를 기회로 삼았다. 루믹스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광고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전동 스쿠터, e-바이크, 소형 전기차에 디지털 스크린을 부착해 광고를 송출하고, GPS 기반 데이터를 통해 노출 지역과 시간대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사람의 경로입니다. 모든 스크린이 움직이고, 모든 위치가 프리미엄이죠.”
루믹스의 시스템은 전통적인 OOH의 약점을 보완한다. 광고주의 브랜드 노출이 실제 소비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OOH는 이제 단순 인지에서 행동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 스크린 앞을 지나고, 이후 매장을 방문하거나 앱을 설치했다면, 그 여정을 데이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미국옥외광고협회(OAAA)는 디지털 및 모바일 통합형 OOH가 이미 미국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루믹스의 사례는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단순 노출에서 데이터 기반 측정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루믹스는 현재 마이애미의 윈우드(Wynwood)와 브릭켈(Brickell)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역 배달 및 모빌리티 운영사들과 제휴해 이동 수단을 미디어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셔먼은 “우리는 도시의 이동 인프라를 새로운 광고 매체로 바꾸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파트너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시 전체가 이제 하나의 캔버스가 되고 있습니다. 도심 밀집과 전동화가 심화될수록 광고도 그 리듬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셔먼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기존 OOH를 대체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 위에 기술과 모빌리티를 더하는 것이죠. 옥외광고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이제는 함께 움직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