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는 남은 예산으로 집행하는 매체가 아니다', PJX 미디어 CEO가 말한 OOH의 구조적 가치
미디어, 마케팅, 광고 전문 포털 미디어포스트(MediaPost)가 주최한 브랜드 인사이더 시리즈 ‘백스테이지 익스클루시브(Backstage Exclusive)’에서 옥외광고(OOH)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둘러싼 현실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피제이엑스 미디어(PJX Media) 최고경영자(CEO) 릭 로빈슨(Rick Robinson)이 초청돼, 옥외광고가 왜 여전히 핵심 미디어로 자리해야 하는지를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로빈슨은 먼저 옥외광고가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남은 예산’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옥외광고를 업프런트 미디어 전략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단발성 설득이 아니라 지속적인 옹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랜드나 예산 결정권자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내내 옥외광고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며, 실제 사례를 통해 그 가치를 반복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옥외광고가 언론 노출과 화제성 확보, 소셜미디어 확산, 퍼널 상단의 인지도 형성은 물론, 검색 행동과 매출로 이어지는 하단 퍼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판매 현장과 직접 맞닿아 있는 높은 맥락성, 시각적 스펙터클을 통한 브랜드 각인 효과까지 더해지면, 옥외광고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체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업계 종사자 스스로가 매체를 깊이 이해하고 관찰한 내용을 조직 내부에서 교육하고 공유할 때, 옥외광고의 기회는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덧붙였다.
옥외광고의 설치 장소에 대한 질문에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된 자연 공간에는 옥외광고가 어울리지 않으며,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방식의 노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시와 교외, 나아가 상업 활동이 이뤄지는 모든 공간에서는 옥외광고가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도로변 빌보드부터 거리 가구형 매체, 인쇄 기반의 와일드 포스팅과 스트리트 데칼, 대형 디지털 스크린과 플레이스 기반 디지털 매체까지, 다양한 형식은 각각의 환경과 맥락에 맞게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빈슨은 옥외광고의 본질을 매우 단순한 구조로 정의했다. 인간은 시각적 존재이며, 브랜드는 인간에게 도달하고자 하고, 인간은 집 밖으로 나간다. 이 흐름 속에서 옥외광고는 필연적으로 존재해 왔으며,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동굴 벽화와 석조물에서 인쇄 포스터로, 다시 디지털과 프로젝션으로 진화해 왔지만, 공공 공간에서 시각적으로 소통하려는 근본적 욕구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와이처럼 법적으로 옥외광고를 제한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그는 그 안에서도 쇼핑몰이나 공항, 이동형 매체 등 합리적인 기회는 존재한다고 봤다. 결국 옥외광고는 사람들이 상업 활동을 기대하는 공간에 자리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며, 대중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광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체 소비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집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옥외광고의 구조적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시 중심의 캠페인으로 인해 농촌이나 외곽 지역이 소외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접근 방식의 차이를 강조했다. 철도나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도로변 빌보드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동시에 비전통적 방식의 옥외광고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식당이나 커피숍, 세탁소, 자동차 정비소 등 지역 주민이 모이는 장소에 자발적으로 설치되는 포스터나,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의 후원형 사인 역시 강력한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지만, 지역성과 관련성이 높아 대중의 반응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중이 광고의 형식을 세세히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포스터인지 대형 보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전달됐는지 여부이며,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는 공간에 노출될 때 광고는 자연스럽게 기능한다는 설명이다. 공공 캠페인 사례를 들어, 빌보드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상점 창문에 포스터를 부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옥외광고 산업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면 무엇을 바꾸겠느냐는 질문에는, 옥외광고 산업은 이미 지속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의 흐름을 상업과 문화의 융합으로 규정하며, 광고 메시지와 길안내, 공공안전, 공공예술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결합되는 모델을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웨스트 할리우드의 사례처럼, 건축적으로 설계된 디지털 구조물이 도시 경관의 일부로 통합되고, 광고 수익이 도시 재정과 연결되며, 일정 비율의 공간이 공공 메시지와 예술에 할당되는 방식은 향후 중요한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인벤토리의 확대와 함께 인쇄 매체의 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디지털 매체가 늘어날수록 하나의 메시지를 독점적으로 담을 수 있는 인쇄 매체의 희소성이 커지며, 두 형식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이동 패턴을 반영해, 일부 옥외광고 인벤토리는 기존의 도심 중심 배치에서 벗어나 주거지와 초지역 단위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슨은 디자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등장한 일부 디지털 장비는 세련된 소재와 곡선형 구조로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인벤토리는 투박한 산업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 공간에 놓이는 매체인 만큼, 시각적 완성도와 도시 미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조각가이기도 한 로빈슨은 예술과 옥외광고의 공통점을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찾았다. 색과 형태, 공간, 단어와 여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두 영역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며, 흥미와 유머, 적절한 맥락을 갖춘 표현은 사람들의 참여와 호감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의 역할을 올바른 메시지를 올바른 장소와 시간에 전달함으로써, 공공 공간에 존재할 자격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디지털 옥외광고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공공적 연대와 즉각성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전 세계 디지털 빌보드에 자발적으로 확산된 연대 메시지를 사례로 들며, 이는 유료 캠페인이 아닌 자연 발생적 움직임이었지만 강력한 공명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가 브랜드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흔히 회자되는 ‘7단어 이하의 법칙’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진정한 핵심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담으려는 순간, 아무리 짧은 문구라도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의 아이팟 캠페인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단순한 시각 언어와 명확한 콘셉트, 대중에 대한 신뢰가 옥외광고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빈슨은 옥외광고가 자신의 삶과 커리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옥외광고 팬보이’라고 표현하며, 이 매체가 앞으로도 사람과 도시, 브랜드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