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찾는 소비자 vs 신뢰 중시하는 마케터... 칸타 보고서가 드러낸 2026 온라인 미디어 전략 딜레마
글로벌 소비자가 선호하는 광고 환경과 마케터가 실제로 예산을 배분하는 플랫폼 사이의 괴리가 어느 때보다 뚜렷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칸타(Kantar)의 ‘미디어 리액션(Media Reactions) 2025’ 보고서는 소비자가 재미와 몰입감을 제공하는 틱톡(TikTok)과 아마존(Amazon) 플랫폼을 선호하는 반면, 마케터는 여전히 유튜브(YouTube)와 구글(Google) 등 ‘신뢰성’을 기준으로 매체를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소비자 약 2만1,000명과 마케팅 의사결정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내년 시장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평가되는 만큼, 보고서가 드러낸 ‘선호와 현실의 간극’은 2026년 미디어 전략 전반의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소비자와 마케터 모두의 ‘톱5 선호 매체’에 공통으로 등장한 브랜드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는 광고의 ‘재미·관련성’이, 마케터에게는 ‘브랜드 안전성·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선호도 1위는 아마존으로, 광고가 “유용하고 관련성이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틱톡은 “시선을 끄는 광고 경험”으로 2위를 차지했고, 트위치(Twitch)는 처음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마케터는 유튜브, 인스타그램(Instagram), 구글, 넷플릭스(Netflix), 스포티파이(Spotify)를 최상위로 평가하며 신뢰성과 검증된 브랜드 환경을 우선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틱톡에 대한 ‘마음과 지갑의 간극’이다. 틱톡은 마케터 선호도 톱5에 들지 못했지만, 전체 마케터의 64%가 2026년 틱톡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시청자의 시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셈이다.
반면 엑스(X·구 트위터)는 추락이 계속됐다. 2022년만 해도 순호감도(net favorability)가 15%였으나 올해 -31%로 떨어졌다. 신뢰도 조사에서도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내년에 광고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순 29%에 달했다. 브랜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직격탄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의 혁신 부진도 지적됐다. 새 기술과 형식이 쏟아지는 시장이지만, 현재 광고가 ‘혁신적’이라고 느낀다는 소비자는 29%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광고를 만드는 주체인 마케터조차 14%만이 혁신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마케터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의 이동을 가속화하며, 61%가 인플루언서 콘텐츠 예산을, 53%가 소셜커머스 예산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생성형 AI(GenAI)를 둘러싼 불신도 여전하다. 마케터의 70%가 이미 생산성 향상을 위해 GenAI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57%는 AI 기반 광고가 ‘가짜일 수 있다’는 점에 불안감을 표했다. 기술 활용과 신뢰 회복의 균형을 잡는 것이 내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별 수용도 차이도 뚜렷하다. 광고 수용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아프리카·중동(71%)이었고, 아시아태평양(APAC)은 43%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 선호 매체도 크게 달라, 아메리카에서는 아마존이, 유럽에서는 디즈니플러스(Disney+)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일괄 전략’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캠페인 효과의 45%는 채널 간 통합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통합 역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고했다. 2017년 89%였던 통합 자신감은 올해 64%까지 낮아졌다. 더구나 광고 수용도가 높은 소비자 집단에서는 캠페인 효과가 최대 7배까지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는, 브랜드가 안전성과 재미 사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 광고 생태계는 신뢰·재미·기술의 균형을 둘러싸고 거대한 재편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26년을 앞두고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소비자가 머무는 플랫폼을 외면할 수 없고, 동시에 신뢰를 잃은 환경에 과감히 나설 수도 없다. 복잡하고 분열된 미디어 지형 속에서 ‘통합된 전략’과 ‘신뢰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