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 연구, 2026년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성장의 분기점으로 떠오른다.
2026년은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성장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핵심 동력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의 기대가 재편되는 가운데, 칸타(Kantar)에서 발행한 보고서는 선도 기업들이 이제 ‘지속가능성이 성장에 기여하는가’를 묻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성장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산업적 맥락에 맞춘 실증 기반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질적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성장 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개별 브랜드 상황에 맞는 비즈니스 케이스 구축, 카테고리 특성에 대한 정교한 이해, 그리고 타사를 모방하지 않는 고유한 성장 경로 설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브랜드 가치와 지속가능성 인식 간의 연관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칸타가 20여 년간 추적해 온 BrandZ 자료에 따르면, 의미 있게 차별화된 브랜드는 주식시장보다 훨씬 견고한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년 동안 S&P 500 지수가 353% 상승한 반면, 강한 브랜드는 435%의 성장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충격에서도 회복 속도가 더 빨랐다. 보고서는 이러한 회복력(resilience)은 규모나 역사에서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쌓아 올린 브랜드 자산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2026년을 앞두고 지속가능성은 브랜드 회복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도덕적 요구를 넘어, 미래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에코 액티브(Eco-Actives)’ 소비층은 이미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FMCG 시장에서만 6,130억 달러에 달하는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는 이들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제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글로벌 톱 100 브랜드의 브랜드 가치 중 최대 10%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뢰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환경·사회적 측면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런 불신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성장 저해 요인으로 이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54%는 브랜드의 부정적 환경·사회적 영향 때문에 구매를 줄이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59%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과 관련해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이른바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의 경계심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글로벌 위기와 맞물려 있다. 유엔이 지정한 ‘액션의 10년(Decade of Action)’이 절반을 지나가는 시점에서 기후 변화, 자원 부족, 불평등 심화 등 구조적 위험이 성장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보고서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신뢰, 관련성, 시장 기회를 동시에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26년,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광고·미디어 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히 OOH(Out-of-Home) 매체는 신뢰 기반의 공공 공간에서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의 생활 동선과 직접 맞닿아 있는 매체 특성상 진정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데 유리하며, 디지털 채널과 결합해 옴니채널 캠페인의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는 OOH가 다른 매체의 성과를 강화하며 공적 공간에서 브랜드 메시지의 신뢰도를 끌어올린다고 분석한다.
칸타 지속가능전환부문의 글로벌 책임자인 카린 트랭케텔(Karine Trinquetel)은 보고서에서 “2026년의 승자는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DNA에 진정성 있게, 그리고 상업적으로 통합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메시지를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근거 기반 전략을 통해 실질적 성과와 브랜드 자산을 동시에 쌓는 것이 과제라는 것이다.
보고서가 던지는 결론은 분명하다. 미래 성장은 미래 구매자로부터 나오며, 그들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핵심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