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총회] WOO 런던 총회가 던진 질문…옥외광고 전문회사의 미래는 무엇인가?
올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옥외광고협회(World Out of Home Organization·WOO) 글로벌 총회에서는 옥외광고(OOH)의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가 이어졌다. 과거처럼 “옥외광고가 여전히 중요한 매체인가”를 묻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데이터, 자동화, 측정, 그리고 광고주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환경 속에서 옥외광고 전문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하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총회 마지막 날 진행된 ‘전문 구매 모델(Specialist Buying Model)의 미래’ 세션은 업계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토론으로 평가받았다. 독립계와 대형 광고지주회사 소속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2026년 전문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향후 5년 동안 어떤 가치를 갖게 될지를 논의했다.
과거 옥외광고 전문회사는 광고 예산을 집행하고 매체를 구매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패널들은 이러한 정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전문성의 가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판단력과 전략적 통찰력에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크루프 (David Krupp) 빌럽스 (billups) 글로벌 CEO는 독립성이 이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가치는 집중력에 있다. 우리는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며 “특정 데이터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DSP와 데이터 제공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그룹 산하 전문회사는 결국 모회사 비즈니스 구조와 수익 모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독립 전문회사는 매체 자체의 가치와 소비자 경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책임성(Accountability)’이었다. 오랫동안 옥외광고는 관계와 경험, 직관에 기반해 거래되는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와 측정이 업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널들은 데이터가 단순히 캠페인 성과를 평가하는 도구를 넘어 광고주가 가지고 있는 기존 가정을 검증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회사의 역할 역시 바꾸고 있다. 단순히 광고주의 브리프를 실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략적 조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프 CEO는 빌럽스가 개별 광고판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는 측정 체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옥외광고가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 매체를 넘어 구매 검토와 전환 단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인공지능(AI) 역시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논의의 중심은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사람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에 맞춰졌다.
크루프 CEO는 “AI는 미디어 플랜 작성, 제안서 제작, 히트맵 분석, 위치 선정 등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기술이 전체 업무의 80%를 처리한다면 나머지 20%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로 그 20%가 훌륭한 미디어 전략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자동화가 전문회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반복 업무는 기술이 처리하고 사람은 전략, 관계 구축, 시장 이해 등 보다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WOO 총회는 데이터와 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동시에 옥외광고가 본질적으로 사람 중심의 매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시켜줬다.
옥외광고는 물리적 공간과 지역사회, 규제 환경, 미디어 사업자, 그리고 현장 네트워크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을 대시보드와 알고리즘만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가마다 문화와 소비자 행동, 규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성공한 캠페인을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글로벌 규모의 운영 역량과 지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독립 전문회사들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광고주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유연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토론이 보여준 결론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옥외광고 전문회사는 단순한 미디어 바이어가 아니라 컨설턴트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성,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 역량,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경험과 통찰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옥외광고가 마케팅 퍼널 전반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시작한 지금, 업계의 과제는 매체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문성 모델과 기술, 그리고 조직 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다는 점을 WOO 런던 총회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