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던 '로봇개'가 광고까지 한다...로봇닷컴, 네 발로 걷는 이동형 옥외광고 R-dog 공개
로봇닷컴 (Robot.com)이 배달과 광고를 동시에 수행하는 네 발 보행 로봇 ‘R-dog’을 공개했다. 계단과 턱을 넘어 상품을 배달하는 로봇에 디지털 스크린을 장착해 이동형 인터랙티브 옥외광고 매체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로봇닷컴은 최근 R-dog 콘셉트를 공개했다. R-dog은 기존 바퀴형 배달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배달 과정의 ‘마지막 100m’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실제 배송 현장에서는 로비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계단이나 연석, 출입구 턱, 울퉁불퉁한 노면 등이 등장한다. R-dog은 네 개의 다리를 이용해 이런 장애물을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심 거리와 주거지역은 물론 대학, 병원, 기업 및 산업시설 등 다양한 환경을 목표로 한다.
내부에는 여러 물품을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음식 주문과 일반 전자상거래 택배를 하나의 로봇으로 배송할 수 있으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무인 자동 전달 기능을 이용해 배송을 마친 뒤 다음 업무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옥외광고 업계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R-dog의 두 번째 역할이다. 로봇닷컴은 R-dog을 자사의 광고 플랫폼 ‘R-ads’를 기반으로 한 이동형 인터랙티브 옥외광고 매체로 활용할 계획이다.
R-dog에는 2개의 비디오 스크린이 탑재된다. 광고주는 원격으로 캠페인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관리할 수 있다. 고정된 장소에서 소비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기존 디지털 옥외광고와 달리 로봇 자체가 공간을 이동하면서 브랜드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로봇닷컴은 R-dog의 친근한 외형과 움직임 자체를 광고 경험의 일부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로봇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면의 브랜드와 광고 콘텐츠를 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움직이는 디지털 사이니지’와도 차이가 있다. 단순히 디지털 화면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움직임과 사람의 반응, 브랜드 콘텐츠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옥외광고 매체가 공간에 설치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향해 직접 움직이고 교감하는 형태로 확장되는 셈이다.
R-dog은 로봇닷컴의 통합 운영 플랫폼 레미 (REMI)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레미는 로봇의 원격 제어부터 성능 관리, 배치까지 전체 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자율주행 기술에는 필드AI (FieldAI)와의 협력이 확대된다. 필드AI의 필드 파운데이션 모델(Field Foundation Models·FFMs)이 R-dog의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핵심 AI 역할을 맡는다.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없는 실제 환경에서도 주변 상황에 대응하고 여러 로봇의 협업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로봇닷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펠리페 차베스 코르테스 (Felipe Chavez Cortes)는 기존 배달 로봇이 마지막 100m에서 한계에 부딪혀 결국 사람이 배송을 마무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R-dog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로봇닷컴은 현재 캠퍼스 배송용 R-kiwi, 산업·창고 물류용 R-cargo, 휴머노이드 작업용 R-noid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두바이 및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500대 이상의 로봇을 배치했으며 지금까지 250만 건 이상의 작업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R-dog은 아직 실제 상용 제품이 아닌 콘셉트 단계다. 로봇닷컴은 개발과 검증을 거쳐 2027년 상업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R-dog이 실제 시장에 도입되면 로봇과 옥외광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옥외광고는 좋은 위치에 매체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R-dog은 이 관계를 반대로 바꾼다. 광고 매체가 스스로 이동하고 사람의 관심을 끌며 상호작용한다.
‘광고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하는 것’에서 ‘광고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옥외광고의 개념이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