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스크린을 넘어 다시 현실 공간으로…옥외광고가 주목받는 이유
지난 20여 년간 광고 시장의 중심축은 빠르게 디지털로 이동했다. 검색과 소셜미디어, 모바일 광고는 정교한 타기팅과 실시간 성과 측정을 앞세워 광고주의 예산을 끌어들였다. 스마트폰이 소비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미디어가 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초기와는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동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하면서 광고비 부담은 높아졌고, 소비자가 하루 동안 접하는 디지털 광고의 양도 크게 증가했다. 광고주는 이제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광고를 전달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소비자의 관심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노출이 브랜드와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
광고 사기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 쿠키 기반 타기팅의 변화, 복잡해진 어트리뷰션 역시 디지털 광고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정교한 기술만으로 소비자의 관심까지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옥외광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의 옥외광고는 과거의 대형 빌보드에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가 확대되면서 시간과 장소, 이동 데이터 등을 활용해 광고를 운영할 수 있게 됐고, 프로그래매틱 기술이 접목되면서 캠페인의 유연성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옥외광고의 경쟁력은 ‘현실 공간’에 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광고를 넘기거나 차단할 수 있지만 출퇴근길의 지하철역, 도심 광장, 쇼핑몰, 공항, 버스와 거리에서 만나는 옥외광고는 도시와 이동 동선의 일부로 존재한다. 대형 디지털 스크린과 공간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는 작은 개인 화면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규모와 현장감을 만들어낸다.
옥외광고가 디지털 광고의 반대편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이제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두 미디어의 장점을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은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접근하는 데 강점이 있고, 옥외광고는 공공 공간에서 대규모 도달과 브랜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데 강하다. 여기에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결합하면 거리에서 시작된 브랜드 경험이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고 다시 온라인에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디어 경쟁은 ‘디지털이냐 옥외광고냐’의 선택보다는 각각의 역할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프로그래매틱 기술이 DOOH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옥외광고도 타기팅과 측정이라는 디지털 광고의 강점을 흡수하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는 실제 공간에서 소비자의 주목을 끌고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7년을 바라보는 광고주와 미디어 업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도 여기에 있다. 개인 스크린 안에서 소비자의 몇 초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도시와 공항, 교통수단, 상업 공간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이동하는 장소가 새로운 브랜드 경쟁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현실 공간이 가진 희소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광고 시장의 기회는 또 하나의 작은 스크린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살아가는 현실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