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광고 사업자를 원한다면 RFP 조건부터 바꿔라…공항광고 입찰의 세 가지 함정

세계 주요 공항들이 광고사업 운영권 입찰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경쟁력 있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 원인이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항이 설계한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 비항공수익 분야 컨설턴트 로버트 실리아 (Robert Cilia)는 최근 “최고 수준의 공항이 광고사업 운영권 입찰에 최고 수준의 미디어 기업들을 참여시키지 못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다”며 “이런 사례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실리아는 현재 에비에이션 글로벌 컨설팅 (Aviation Global Consulting)의 전략 자문역(Strategic Advisor)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사는 공항의 비항공수익과 상업시설, 광고사업 전략 등을 자문하는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문제는 공항이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최소보장금액(MAG·Minimum Annual Guarantee)과 매출 연동 임대료 비율이 실제 광고시장 규모와 맞지 않을 정도로 높게 책정되는 경우다.

이 경우 입찰을 검토하는 미디어 기업들은 예상 광고 매출과 운영비용, 투자비 등을 계산한 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결국 입찰을 포기하게 된다. 공항 입장에서는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해 조건을 높였지만, 오히려 경쟁력 있는 사업자의 참여를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불명확한 RFP다. 사업 범위와 운영 조건, 투자 책임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업자마다 조건을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 그 결과 공항의 요구사항과 맞지 않는 제안서가 제출되고, 이후 입찰 과정에서 이의제기와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세 번째는 지나치게 많은 의무조건이다. 광고매체의 규격과 설치 방식, 운영 조건, 계약 조항 등을 공항이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규정하면 사업자가 새로운 기술이나 운영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최근 공항광고가 정적인 광고판에서 디지털 옥외광고(DOOH), 데이터 기반 광고, 프로그램매틱, 측정 기술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조건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참여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실리아는 “RFP를 제대로 설계하면 최고의 사업자들이 경쟁한다. 반대로 잘못 설계하면 공항은 남아 있는 사업자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항광고 운영권 입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사업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광고 매출을 확대하고 공항의 미디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결국 좋은 공항광고 사업자를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경쟁력은 광고매체가 아니라 공항이 만드는 RFP에서 시작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