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의 시대는 끝나는가?...AI 에이전트가 바꾸는 프로그래매틱 시장

“앞으로 DSP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DSPs have no relevance going forwards).”

호주 애드테크 시장에서 최근 등장한 이 도발적인 문장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변화를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스코프3(Scope3)의 아시아·태평양·일본 지역 책임자인 준 청(June Cheung)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같은 흐름을 소개하며, AI 에이전트가 기존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구매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제기했다.

준 청은 호주 애드테크 전문가 앤드루 길버트(Andrew Gilbert)가 호주와 뉴질랜드 지역의 펍엑스(pubX)를 이끌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최근 광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변화와 연결해 해석했다.

불과 일주일 전 다즌 미디어플러스(DAZN Media+)는 자체 ‘세일즈 에이전트(Sales Agent)’를 발표했다. 광고주의 구매 에이전트가 프리미엄 비디오 인벤토리를 직접 탐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AI 기반 방식이다.

준 청은 이 두 사례가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광고주가 매체를 찾고 구매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기존 프로그래매틱 광고에서는 매체사의 가치가 입찰 요청(Bid Request), 오디언스 세그먼트, 딜 ID 등 거래 시스템이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압축돼 전달된다. 아무리 프리미엄 매체라 하더라도 실제 입찰 과정에서는 제한된 몇 가지 정보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구매자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광고 노출의 가치를 판단하고 입찰 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Agent-to-Agent)’ 거래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광고주의 구매 에이전트가 캠페인의 사업 목표와 타깃 오디언스, 예산과 집행 조건, 성과 측정 기준 등을 매체사의 세일즈 에이전트에게 직접 전달하고, 세일즈 에이전트는 그 목적에 맞춰 광고 상품을 다시 구성해 제안할 수 있다.

다즌의 경우 단순히 광고 포맷이나 오디언스, 시간대, 가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스포츠 종목이나 대회, 팀, 경기, 특정 순간을 중심으로 광고 상품을 설계하고 팬들의 관심도와 시청 행동까지 반영할 수 있다.

실시간 및 주문형 비디오와 스폰서십, 브랜드 콘텐츠, 팬 참여형 인터랙티브 경험을 하나의 미디어 패키지로 구성한 뒤 구매 에이전트와 조건을 조정하고, 거래 확정 이후 캠페인 성과까지 전달하는 구조도 가능해진다.

준 청이 주목한 핵심은 ‘광고 거래 시스템에 처음 들어가는 정보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기존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판매 가능한 광고 인벤토리에서 출발한다. 매체사가 인벤토리를 시장에 내놓으면 구매자가 이를 평가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반면 에이전틱 광고(Agentic Advertising)는 광고주의 브리프에서 시작한다. 광고주가 무엇을 달성하려는지를 먼저 전달하면 매체사는 자사가 보유한 미디어를 활용해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제안하게 된다.

이는 광고 거래의 중심이 ‘무엇을 팔 것인가’에서 ‘광고주가 무엇을 원하는가’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물론 DSP(Demand-Side Platform)가 곧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DSP는 앞으로도 실제 광고 집행과 최적화, 경매 기반 미디어 구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DSP가 광고주가 매체를 찾고 구매하는 과정의 사실상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해왔다면,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는 시장에서는 그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준 청의 분석이다.

광고 시장의 변화는 실제 입찰이 시작되는 단계보다 훨씬 앞선 ‘매체 탐색과 제안’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 옥외광고(DOOH)를 포함한 옥외광고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프로그래매틱 DOOH는 스크린과 위치, 시간대, 오디언스 데이터, 노출량 등을 중심으로 거래돼 왔지만, 향후 AI 에이전트가 광고주의 캠페인 목적을 먼저 이해한 뒤 적합한 옥외광고 매체와 지역, 시간대, 크리에이티브 조건까지 조합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광고 인벤토리를 DSP에 연결했느냐보다, 광고주의 의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가장 적절한 미디어 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