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부터 캡틴 아메리카까지…루카스 뮤지엄, LA 밤하늘을 거대한 캔버스로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가 설립한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이 공식 개관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을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로 바꿨다.
9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엑스포지션 파크 (Exposition Park)에서 열린 박물관 오프닝 나이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대규모 드론 라이트쇼였다. 수많은 드론이 밤하늘에서 움직이며 미술관이 소장한 예술 작품과 영화 속 상징적인 이미지를 연이어 구현했다.
루카스 뮤지엄은 조지 루카스와 멜로디 홉슨 (Mellody Hobson)이 공동 설립한 미술관으로, 9월 22일 일반에 공식 개관한다.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미술 장르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사진, 영화 등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온 다양한 이미지를 ‘내러티브 아트(Narrative Art)’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드론쇼는 박물관 5층 루프톱에서 진행됐다.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와 사무엘 L. 잭슨 (Samuel L. Jackson)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소개하고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드론 전문 기업 노바 스카이 스토리즈 (Nova Sky Stories)가 제작을 담당했다.
공연은 약 10분 동안 이어졌다. 드론들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늘에서 서로 이동하고 결합하면서 하나의 이미지가 다음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특히 인류 초기의 시각적 기록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시작해 N.C. 와이어스 (N.C. Wyeth)의 ‘The Storybook’, 줄리 벨 (Julie Bell)의 ‘The Huntress’, 뱅크시 (Banksy)의 ‘Girl With Balloon’, 맥스필드 패리시 (Maxfield Parrish)의 ‘Ecstasy’ 등 미술관 컬렉션과 연결되는 이미지들이 차례로 밤하늘에 등장했다.
조지 루카스를 상징하는 ‘스타워즈 (Star Wars)’의 이미지도 빠질 수 없었다.
수많은 드론이 입체적인 밀레니엄 팔콘 (Millennium Falcon)을 만들어내며 밤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R2-D2를 비롯한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캐릭터 이미지 역시 거대한 드론 이미지로 표현됐다.
이날 공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드론 기술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굴벽화부터 현대미술, 만화와 영화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를 동일한 밤하늘 위에 연속적으로 배치하면서 인간이 오랫동안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 왔다는 박물관의 철학을 하나의 공연으로 압축했다.
미술관 내부에서 관람하던 작품이 건물 밖으로 나와 수백 미터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대형 이미지로 확장된 셈이다. 최근 드론쇼가 단순한 축하 공연이나 불꽃놀이의 대체 수단을 넘어 대규모 시각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가 도시의 건물과 스크린을 활용한다면 드론쇼는 일정 시간 동안 밤하늘 자체를 미디어 공간으로 바꾼다. 물리적인 스크린이 존재하지 않아도 다수의 관객이 동시에 볼 수 있는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옥외광고와는 다른 형태의 공간 미디어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루카스 뮤지엄 드론쇼처럼 하나의 로고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미지를 시간 순서에 따라 연결하면 드론은 일종의 ‘공중 스크린’ 역할을 하게 된다.
관객은 한 장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움직이며 다른 이미지로 변하는 전체 과정을 경험한다. 정적인 노출보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방식이다.
루카스 뮤지엄의 개관 행사에서 드론이 선택된 것도 이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미술관이 다루는 핵심 주제는 결국 ‘사람들이 이미지를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이해하고 기억하는가’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4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통해 그 역사를 보여주고, 건물 밖에서는 최신 디지털 기술인 드론을 이용해 같은 메시지를 밤하늘에 다시 구현했다.
약 30만 제곱피트 규모의 루카스 뮤지엄은 중국 건축가 마옌쑹 (Ma Yansong)이 이끄는 매드 아키텍츠 (MAD Architects)가 스탠텍 (Stantec)과 함께 설계했다. 약 13에이커 규모의 캠퍼스에는 전시 공간뿐 아니라 정원과 산책로,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됐다.
개관 행사에서 드론은 이 거대한 건축물보다 더 큰 공간인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을 또 하나의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이 건물 안에 작품을 보관하고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공간이라면, 이날 드론쇼는 예술을 건물 밖으로 끌어내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도시의 시각 경험으로 확장했다.
루카스 뮤지엄이 말하는 ‘이미지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밤하늘 위에서 구현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