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버스까지…영국 옥외광고 회사, 사회 공공성 확대에 나서

영국 옥외광고 기업 바우어 미디어 아웃도어 (Bauer Media Outdoor)가 영국 버스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UK Bus Summit 2026’에 헤드라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옥외광고 회사의 역할이 광고 매체 운영을 넘어 버스정류장과 대중교통 이용 환경 등 도시 인프라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K Bus Summit 2026은 지난 9월 10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는 버스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접근성, 경제성, 안전성을 비롯해 도시·농촌 버스 서비스의 미래와 지방정부의 역할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영국에서 버스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최근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와 프랜차이즈 방식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교통정책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우어 미디어 아웃도어는 영국에서 약 2만 개의 버스정류장 시설을 보유·관리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추가로 약 2만8,000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버스정류장을 단순한 옥외광고 매체가 아니라 승객이 대중교통을 처음 접하는 도시 인프라로 보고 디자인과 설치, 유지·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닐 채프먼 (Neil Chapman) 바우어 미디어 아웃도어 영국·유럽 제품 디자인 디렉터는 이번 행사에서 회사가 버스정류장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승객들의 실제 이용 경험을 연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바우어 미디어 아웃도어는 트랜스포트 포커스 (Transport Focus)와 함께 3,200명의 승객을 대상으로 버스정류장 이용 경험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접근성과 편안함, 안전,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폭우 등으로부터의 보호, 정확한 교통정보 등을 좋은 버스정류장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로 도출했다. 특히 장애인과 함께 진행한 디자인 과정에서는 좌석 높이와 조명, 시야, 안내표지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실제 이용자에게는 상당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채프먼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캠페인 포 베터 트랜스포트 (Campaign for Better Transport)와 협력해 버스정류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국가 표준 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UK Bus Summit의 논의는 버스정류장 개선에 머물지 않았다. 버스 차량과 운행 시스템 자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도 중요한 의제였다.

행사에서는 ‘좋은 정류장’과 ‘좋은 버스’를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강조됐다. 최신 접근성 기준을 적용한 버스가 운행되더라도 승객이 정류장까지 접근하기 어렵다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아무리 잘 설계된 정류장이 있어도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다면 승객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량 자체의 현대화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아리바 UK 버스 (Arriva UK Bus)는 차량과 차고지, 기술, 고객 경험, 업무 방식까지 포괄하는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스터 역시 버스전용차로와 교통 통제, 차량 투자, 간편한 요금체계 등을 결합해 버스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차량 개선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영국 교통부 (Department for Transport)는 2026년 무공해 버스 도입 과정에서 접근성과 안전 기준을 차량 사양에 반영하고, 지방정부들이 버스 제조사와 표준화된 차량 사양 및 공동 조달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전기버스를 비롯한 무공해 버스 확대가 단순한 동력원 교체를 넘어 접근성과 안전성을 포함한 차량 디자인 개선과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행사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새 버스를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보다 ‘버스가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느냐’였다.

채프먼 역시 패널 토론에서 “인프라를 개선하고 버스를 개선하며 버스 서비스도 개선할 수 있지만, 버스가 도심을 자유롭고 빠르게 이동하지 못한다면 자동차보다 경쟁력 있는 이동수단이 되기 어렵고 더 많은 사람을 버스로 끌어들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UK Bus Summit에서도 도로 혼잡과 버스 운행속도는 핵심 현안으로 다뤄졌다. 버스전용차로와 교통신호,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을 통해 운행속도를 높이면 같은 차량으로 더 많은 운행 횟수를 확보할 수 있고, 운송비용을 낮추면서 정시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노스 웨스트 (Go North West)는 광역 맨체스터의 비 네트워크 (Bee Network) 운영 경험을 소개하며 정시성이 약 10%포인트 개선됐지만, 이는 프랜차이즈 제도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추가 차량 투입과 운행관리 강화, 현장 감독 등이 함께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로 혼잡과 버스 우선 정책 역시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지적됐다.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버스 자체의 운행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티스위프트 (CitySwift)는 승차권 단말기와 운행 스케줄, 차량 위치정보, 실시간 운행정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상습 지연 구간과 시간대별 혼잡 변화를 파악하고 보다 현실적인 배차와 운행시간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UK Bus Summit에서 제시된 승객 경험은 ‘버스정류장→버스→도로→운행정보→결제’가 연결되는 하나의 여정에 가까웠다. 정류장의 디자인만 좋아져도 안 되고, 새로운 차량만 도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고, 누구나 쉽게 승하차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목적지까지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옥외광고 업계에도 의미가 있다. 버스정류장은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스트리트 퍼니처 옥외광고 매체였고, 버스 차량 역시 주요 교통 옥외광고 매체다. 그러나 디지털 옥외광고(DOOH)와 스마트 교통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광고가 존재하는 공간과 실제 이동 서비스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바우어 미디어 아웃도어가 이번 UK Bus Summit에서 강조한 것도 이러한 변화다. 옥외광고 사업자가 광고가 노출되는 ‘면’을 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사람들이 기다리고, 정보를 확인하고, 버스에 탑승해 이동하는 전체 과정의 일부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