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AI 시대, 옥외광고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신뢰

가짜뉴스와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의 확산으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옥외광고의 높은 소비자 신뢰도가 향후 글로벌 광고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핵심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옥외광고기구(World Out of Home Organization, WOO)의 톰 고다드(Tom Goddard) 회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26 WOO 중부유럽 포럼'에서 옥외광고가 현실 세계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신뢰도 높은 매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글로벌 옥외광고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다드 회장은 디지털 옥외광고(DOOH)의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옥외광고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광고에 비하면 성장 속도와 시장 내 입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5년 이상에 걸쳐 이러한 경쟁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바라보는 광고주와 마케터들의 인식 변화가 옥외광고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이 대형 기술기업의 이용자 보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호주의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조치를 다른 국가들도 검토하고 있으며, 청소년 우울증과 신체 이미지 왜곡, 사이버 괴롭힘, 온라인 범죄자에 의한 피해 등이 주요 사회적 우려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Meta)에 부과된 대규모 과징금도 언급했다. 고다드 회장은 이러한 상황이 소셜미디어 산업에 과거 담배 산업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규제 및 사회적 책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옥외광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허위 노출과 클릭, 전환 실적을 만들어 내는 광고 사기로 인해 브랜드들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 광고의 효과와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AI가 대량으로 생산하는 저품질 콘텐츠인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 확산하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AI 기반 검색 서비스의 발전 역시 기존 검색광고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옥외광고는 실제 도시와 생활공간에서 소비자가 직접 접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고다드 회장은 미국 옥외광고 기업 아웃프런트(OUTFRONT)의 최근 조사 등 여러 연구에서 옥외광고가 소비자 신뢰도 1위 매체로 평가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온라인 공간의 정보와 광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실 세계의 공공장소에 노출되는 옥외광고가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광고주연맹(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WFA)의 스테판 뢰르케(Stephan Loerke) 대표가 강조한 신뢰의 중요성을 인용하며, 신뢰는 앞으로도 마케터들이 전략적 판단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다드 회장은 이러한 경쟁 우위를 실질적인 시장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글로벌 옥외광고 산업이 해결해야 할 네 가지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광고 효과에 대한 입증이다. 옥외광고가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행동, 실제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광고 효과 검증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글로벌 옥외광고 산업 차원의 공동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오디언스 측정과 데이터의 고도화다. 광고 도달률과 노출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옥외광고 시장의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상당수 국가에서는 관련 측정 체계가 부족하거나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광고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는 광고기술(AdTech) 플랫폼 간 연결성 강화다. 프로그래매틱 광고 거래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옥외광고 거래는 수작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플랫폼 간 시스템도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 고다드 회장은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광고기술 플랫폼과 서비스 공급업체의 통합 및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는 옥외광고의 경쟁 우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WOO는 현재 전 세계 300개 옥외광고 매체 운영사를 대표하며 글로벌 옥외광고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각국 옥외광고 협회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다드 회장은 특히 국가별 협회와 글로벌 기구, 미디어 기업, 광고기술 사업자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측정 표준화와 거래 시스템 개선, 광고 효과 검증 등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업계 전체의 협력이 개별 기업의 성과를 더욱 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옥외광고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 문제에 직면한 다른 광고 매체로부터 광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다드 회장의 이번 발표는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전개돼 온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미디어 신뢰도가 광고주들의 매체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옥외광고가 보유한 현실 공간 기반의 신뢰를 실제 광고 효과와 데이터, 효율적인 거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옥외광고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