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장 스폰서십 독점권 vs 옥외광고사업권…DOOH 설치 갈등 주민투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디지털 옥외광고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분쟁을 넘어 주민투표로 확대됐다. 시 당국이 추진하는 108면 규모의 디지털 광고 네트워크가 인근 대형 스포츠·공연시설의 광고주 독점권과 충돌하면서 공공 광고사업의 운영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잉글우드시는 옥외광고 기업 와우 미디어(WOW Media)와 계약을 체결해 도시 전역에 60개의 디지털 광고시설, 총 108면의 광고 화면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광고시설은 버스정류장 크기의 소형 키오스크부터 높이 약 6.7m에 이르는 도로변 디지털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갈등의 중심에는 미국프로풋볼(NFL) 로스앤젤레스 램스의 홈구장인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이 있다. 소파이 스타디움과 인근 인튜이트 돔(Intuit Dome), 기아 포럼(Kia Forum)은 각각 기업 광고주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다.

경기장 운영사들은 주변 공공시설에 설치되는 디지털 광고판이 기존 후원 계약의 독점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음료와 자동차, 금융,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공식 후원사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다. 일부 계약에는 동일 업종 경쟁사의 광고 노출을 제한하는 독점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장 밖의 도로와 보도,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광고시설은 별도의 사업권에 따라 운영된다. 경기장 내부에서 독점적으로 광고할 권리를 확보한 기업이라도 경기장 주변 공공시설의 광고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는 계약 내용과 관련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번 분쟁은 바로 이러한 권리의 경계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경기장 운영사들은 시 당국과 와우 미디어를 상대로 광고사업을 제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시 측은 공공시설의 광고사업이 합법적인 도시 운영 활동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잉글우드시는 디지털 광고시설이 상업광고뿐 아니라 교통 정보와 공공 안전 안내에도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해당 네트워크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광고사업을 둘러싼 논쟁에는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도 얽혀 있다. 잉글우드의 예산 자료에 따르면 도시의 디지털 광고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연간 최대 740만 달러에 달한다. 다만 이 금액은 전체 디지털 광고사업 관련 수입이며, 와우 미디어와의 신규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동일한 수치로 볼 수는 없다.

광고시설 규제를 지지하는 측이 의뢰한 분석에서는 와우 미디어 계약으로 발생하는 시의 연간 수입을 약 28만~110만 달러로 추정했다. 양측이 제시하는 재정 효과의 범위가 다른 만큼 실제 사업 규모와 공공수익을 평가할 때는 기존 광고시설 수익과 신규 계약 수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논란은 오는 11월 3일 주민투표에 상정되는 '메저 BB(Measure BB)'로 이어졌다. 이 안건은 공공부지의 광고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기장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규제안이 통과되면 잉글우드의 공공 광고사업과 와우 미디어의 장기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 스포츠 경기장 주변의 공공 광고시설과 민간 스폰서십 계약이 서로 다른 사업권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광고시설의 설치 허가와 공공수익 확보가 지방정부의 관심사라면, 경기장 운영사에는 기존 광고주의 후원 권리와 계약 가치 보호가 중요한 문제다. 주민투표와 소송 결과에 따라 공공시설 광고사업의 운영 범위와 기존 민간 후원 계약 사이의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