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스피어를 뒤덮은 할로윈…'스피어 오브 피어 2026'로 도시의 밤을 바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 (Sphere)가 거대한 핼러윈 호박으로 변신했다. 주황색 외벽에는 호박 껍질의 굴곡이 드러나고, 날카롭게 파인 눈과 입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온다. 2026년 핼러윈 캠페인 ‘스피어 오브 피어 (Sphere of Fear)’의 한 장면이다. 건물 외부 LED 스크린인 엑소스피어 (Exosphere)를 활용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계절 축제의 무대로 바꿨다.
올해 프로그램은 10월 한 달간 현지시간으로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운영된다. 스피어는 지난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첫째 주 영상을 공개하며 기묘하고 으스스한 시각 콘텐츠로 핼러윈 분위기를 선보였다. 현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는 시각적 경험을 온라인 영상으로도 확장하는 방식이다.
‘스피어 오브 피어’는 ‘공포의 구체’라는 뜻으로, 공연장 이름인 스피어에 공포를 뜻하는 피어를 결합한 명칭이다. 둥근 건물 자체가 핼러윈의 상징으로 변한다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2024년 눈알과 뱀, 박쥐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세 번째 핼러윈 시즌을 맞았다.
2025년과 2026년 캠페인의 개별 장면을 비교하면 표현 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해에는 초록색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 봉합 자국과 볼트를 더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구현했다. 둥근 눈과 무심한 듯한 표정은 공포 소재에 만화적인 친근함을 더했다. 구형 건물 전체를 하나의 얼굴로 표현해 멀리서도 캐릭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올해 호박 장면은 핼러윈의 대표 상징인 ‘잭오랜턴’을 건물 크기로 확장했다. 호박 표면의 세로 굴곡과 얼룩을 살리고, 내부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명암을 더해 입체감을 강조했다. 지난해 괴물 장면이 캐릭터의 표정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올해 호박 장면은 거대한 사물이 도시 한가운데 놓인 듯한 착시를 만든다.
두 장면 모두 건물의 둥근 형태를 콘텐츠의 일부로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괴물의 머리와 호박의 윤곽이 실제 건축물의 곡면과 맞물리면서 화면과 건물의 경계가 흐려진다. 특히 호박은 구형 외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별도의 문구 없이도 핼러윈이라는 주제를 전달한다.
미국 옥외광고 업계에서 이 캠페인이 갖는 의미는 계절성 콘텐츠와 브랜드 광고를 연결하는 방식에도 있다. 2025년 스피어는 에이엠씨 네트웍스 (AMC Networks)의 공포영화·드라마 특별 편성 행사 ‘피어페스트 (FearFest)’와 협업했다. 주류 브랜드 바카디 (BACARDÍ)는 붉은 연기가 불길한 형상으로 변한 뒤 자사의 박쥐 로고로 이어지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핼러윈의 상징과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결합해 콘텐츠 안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사례다.
이 협업은 올해도 이어져서 스피어 엔터테인먼트 (Sphere Entertainment)와 에이엠씨 글로벌 미디어 (AMC Global Media)는 지난 4월에 이어 10월에도 ‘스피어 오브 피어’와 ‘피어페스트’를 연계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으로도 협업을 확대해 건물 외벽 콘텐츠와 방송·스트리밍을 연결하는 광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2026년 ‘스피어 오브 피어’는 디지털 옥외광고의 경쟁력이 화면 크기와 화질뿐 아니라 매체의 형태를 활용하는 기획에서도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축물의 곡면과 핼러윈의 상징을 결합한 거대한 호박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매체가 자리한 공간과 계절적 관심사를 함께 고려한 콘텐츠가 장소의 매력을 높이고, 브랜드가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