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IL 허용 4년, 호놀룰루 공항 광고가 보여준 지역 대학과 명문대의 현실적 간극
최근 하와이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 미식축구팀의 쿼터백, 하와이 출신 자론 케아웨 사가폴루텔레(Jaron Keawe Sagapolutele)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공항 수하물 수취 구역에 설치된 디지털 광고판은 캘리포니아대 로고와 함께 선수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하며 도착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공항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스포츠 홍보를 넘어 대학 스포츠의 새로운 규칙, 이른바 NIL(Name, Image and Likeness·이름, 이미지, 초상권) 제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NIL은 대학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 이미지 등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2021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면서, 선수들은 광고 출연이나 기업 후원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학생 선수의 상업적 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었지만, 제도 변화로 대학 스포츠의 경제 지형은 급격히 달라졌다.
캘리포니아대가 집행한 이번 공항 광고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본토의 명문 대학들은 막대한 재정을 앞세워 학교 마케팅과 브랜드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하와이대학교와 같은 지역 기반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와이 지역 팬들의 반응도 복잡하다. 하와이대 후원 단체 레인보우 컬렉티브(Rainbow Collective)의 마이크 카와조에(Mike Kawazoe)는 “자론이 캘리포니아에서 NIL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번 광고는 그러한 지급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보인다”며 “물론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호놀룰루 공항 수하물 수취장에 캘리포니아대 로고가 크게 걸린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리크루팅 경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거 대학 스포츠는 TV 중계, 동문 네트워크, 지역 사회 연계가 주요 무대였으나, 이제는 공항 광고, 소셜미디어, NIL 지원 단체가 새로운 경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가폴루텔레가 자란 하와이 현지에서의 광고는 선수 지원을 넘어, 하와이 출신 차세대 인재들에게 캘리포니아대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NIL 거래 플랫폼 오픈도스(Opendorse)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대학 선수들이 거둔 NIL 보상 규모는 약 12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본토 대형 대학들은 이 자원을 활용해 스타 선수를 확보하고, 학교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하와이 팬과 동문들에게 이번 광고는 재정 격차의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와이대의 체육 예산과 기부금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반면, 대형 대학들은 막강한 중계권 수익과 방대한 동문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고 있다. 하와이가 지역 후원과 소규모 캠페인에 의존하는 동안, 다른 대학들은 공항 입구부터 대규모 브랜드 공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호놀룰루 공항에 걸린 이번 광고는 NIL 시대의 긴장과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와이 팬들은 사가폴루텔레의 성공을 응원하면서도, 고향 대학이 맞닥뜨린 구조적 도전과 경쟁 격차를 체감한다. 한쪽은 수백만 달러의 자본을 동원해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다른 한쪽은 지역 사회의 연대와 열정에 의지해야 하는 대조적 풍경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