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중국·호주 옥외광고 시장은 어떻게 다르게 성장했나
세계 주요 국가의 옥외광고 시장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공통된 흐름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성장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디지털 옥외광고(DOOH)의 매출 비중에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브라질은 광고 효과 측정과 매체 운영, 사업권 확보 방식에서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옥외광고의 매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국가의 옥외광고 시장이 더 발전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광고매체의 유형과 소비자 이동 환경, 광고 효과 측정 체계, 도시 규제 및 사업권 구조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2025년 전체 옥외광고 매출에서 디지털 옥외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36%, 영국 67%, 호주 77%, 일본23% 중국67%로 나타났다. 동일한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도 국가별 매체 환경에 따라 디지털 매출 비중에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옥외광고 업계는 전통적인 빌보드 광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매체를 확대하는 시장이다. 미국옥외광고협회(OAAA)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옥외광고 매출은 9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옥외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였다.
미국 시장에서 고속도로변 대형 빌보드와 도시형 옥외광고 등 전통적인 광고매체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범위한 국토와 자동차 중심의 이동 환경을 고려하면 디지털 광고매체의 확대가 곧 기존 광고매체의 대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옥외광고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광고 효과 측정 시스템의 오랜 역사다. 미국은 1934년 교통량을 기반으로 옥외광고의 노출 효과를 조사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며, 이러한 측정 방식은 현재 지오패스(Geopath)로 이어지고 있다.
지오패스는 광고매체의 위치와 주변 인구의 이동, 광고 접촉 가능성 등을 활용해 광고 도달 효과를 분석한다. 광고주가 단순히 광고판의 위치와 크기를 기준으로 매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노출량과 도달률을 비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은 디지털 매체의 비중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측정 인프라가 중요한 시장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영국 옥외광고 업계는 디지털 광고매체의 높은 매출 비중과 광고주·광고대행사·매체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측정 체계가 특징이다.
영국 옥외광고 산업단체 아웃스마트(Outsmart)에 따르면 2025년 영국의 옥외광고 매출은 약 14억4,000만 파운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옥외광고는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했으며, 전통적인 옥외광고도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다.
영국은 특히 옥외광고 효과 측정 시스템인 루트(Route)를 통해 업계 공통의 거래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도입된 루트는 보행자와 차량 이용자의 이동 특성을 분석해 옥외광고의 도달률과 노출 효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루트 연구 운영비의 75%를 광고매체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25%는 광고대행사가 부담한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매체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독립적인 비영리 조직을 통해 측정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구조다. 영국은 디지털 매체의 확대뿐 아니라 광고 거래에 필요한 공통 측정 기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호주 옥외광고 업계는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디지털 옥외광고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호주옥외광고협회(OMA)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옥외광고 순매출은 14억4,950만 호주달러로 전년 대비 11.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옥외광고 매출 비중은 77%로, 전년도 74.9%보다 상승했다.
호주는 높은 디지털 매출 비중뿐 아니라 광고매체 운영 기준의 표준화에서도 특징을 보인다. OMA는 도로변 디지털 광고매체에 대해 광고 화면의 최소 표시시간을 10초로 설정하는 방안을 업계 권장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는 호주 전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적 의무가 아니며, 실제 광고 표시시간과 밝기 등에 관한 규정은 주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호주는 2026년 3월 차세대 옥외광고 효과 측정 시스템인 무브(MOVE)를 공식 도입했다. OMA에 따르면 새로운 MOVE는 3월 9일부터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3월 16일부터 광고 기획과 구매, 보고를 위한 통합 업계 표준으로 전환됐다. 이는 디지털 매체 확대와 함께 광고 효과 측정 방식까지 고도화하려는 호주 옥외광고 업계의 방향을 보여준다.
일본 옥외광고 업계는 철도와 지하철을 중심으로 발달한 교통광고 시장이 특징이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의 높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기반으로 철도 역사와 열차 내부, 승강장 등에 다양한 광고매체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사이니지와 전통적인 교통광고가 함께 활용되면서 도시 생활 동선에 밀착된 광고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광고 효과 측정의 표준화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25년 9월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매체사 등이 참여하는 일본OOH측정협회(Japan OOH Audience Measurement Association, JOAA)가 설립됐다. 이어 2026년 3월에는 통일된 방법론을 적용한 옥외광고 접촉 데이터의 측정이 시작됐다.
기존에는 매체사별로 다른 방식으로 광고 효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업계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2026년 3월 발표 당시에는 데이터 수집과 품질 검증이 진행 중이었으며, 검증이 끝난 매체부터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기존 교통광고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통합된 광고 효과 측정 체계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옥외광고 업계는 대도시의 주거 및 업무 환경을 활용한 대규모 광고 네트워크가 특징이다. 특히 엘리베이터와 건물 로비, 오피스빌딩 등 일상생활 공간에 설치된 광고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포커스미디어(Focus Media)다. 이 회사는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의 엘리베이터 및 로비 등에 디지털 스크린과 포스터를 설치해 대규모 광고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높은 도시 인구 밀도와 집합건물 중심의 생활환경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중국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체사가 광고가 설치된 건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건물 소유주나 관리주체와 계약을 체결해 광고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변 광고판의 위치 확보와는 다른 형태의 매체 운영 모델로, 광고매체 설치 공간에 대한 접근권과 장기 계약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각국의 옥외광고 시장을 비교하면 각국의 경쟁력이 서로 다른 산업적 기반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전통적인 광고매체와 오랜 측정 인프라, 영국은 디지털 중심의 시장 구조와 공동 측정 체계, 호주는 높은 디지털 매출 비중과 운영 기준의 표준화가 특징이다. 일본은 철도 중심의 교통광고와 통합 측정 시스템 구축, 중국은 생활공간을 활용한 대규모 광고 네트워크에서 차별화된 발전 경로를 보여준다.
세계 옥외광고 시장은 디지털 전환과 AI와 프로그래매틱 광고 확대라는 공통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성장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광고매체의 매출 비중이나 설치 수량만으로 시장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매체의 위치와 규모뿐 아니라 광고 효과 측정의 신뢰성, 매체 운영 기준의 투명성, 사업권의 안정성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체사 역시 디지털 스크린 확대와 함께 데이터 표준화와 장기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옥외광고 산업의 경쟁력이 기술 발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광고주와 매체사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구축하고, 도시와 소비자의 특성에 적합한 광고매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조건으로 평가된다.
한국 옥외광고 업계 역시 디지털 매체 확대를 넘어 광고 효과 측정의 표준화와 운영 기준의 정비, 공공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키는 사업 모델에 대한 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발전 경험은 한국 옥외광고 시장의 다음 성장 단계를 준비하는 데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