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던 매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되는 콘텐츠로, 거리에서 끝나지 않는 옥외광고의 힘
영국 광고 전문 매체 모어 어바웃 어드버타이징에 실린 리액트(re:act) 공동 창립자 겸 파트너 톰 스톤의 칼럼은 최근 옥외광고가 겪고 있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가장 전통적인 매체로 분류되던 옥외광고가 이제는 촬영되고, 공유되며, 논의되는 콘텐츠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문제의식이다. 빌보드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광고판이 아니라, 사람들의 휴대전화 속으로 옮겨가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소비되는 장면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업계의 선언이나 전략적 합의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스크린의 고도화, 크리에이티브의 과감한 실험, 그리고 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브랜드들은 주요 상권의 단 한 번의 인상적인 옥외 집행이 수주간의 유료 소셜 캠페인보다 더 큰 참여와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옥외광고의 역할과 위상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오늘날 옥외광고는 소셜미디어와 경쟁하는 매체가 아니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움직이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옥외광고 캠페인들은 두 개의 관객을 동시에 상정한다. 현장에서 이를 직접 마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후 사진과 영상, 공유를 통해 이를 접하게 될 훨씬 더 큰 온라인 관객이다.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는 디지털 스크린, 시각적 착시를 활용한 3D 설치물, 문화적 맥락을 건드리는 기획은 이제 단순히 ‘보이는 광고’를 넘어 ‘기록되고 확산되는 장면’으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옥외광고는 더 이상 고립된 일방향 매체가 아니다. 물리적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디지털 확산을 전제로 설계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옥외광고가 매체 구매와 노출, 동선 분석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옥외광고는 소셜에서 재생산될 가능성까지 포함해 기획된다.
옥외광고가 다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신뢰감이다. 브랜드가 실제 거리와 도시 공간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메시지에 무게를 더한다. 이는 스킵이 가능한 영상 광고나 후원 게시물로는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연히 이를 목격한 개인이 자발적으로 촬영해 공유할 경우, 그 신뢰는 더욱 강화된다. 지나가던 사람이 찍은 빌보드 한 장이 정교하게 제작된 브랜드 이미지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이 이제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 단계에서부터 공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바이럴’을 노리는 접근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왜 멈춰 서는지, 언제 휴대전화를 꺼내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유머, 놀라움, 문화적 타이밍, 시각적 스펙터클 등 소셜 콘텐츠를 움직이는 요소들이 거리 위에서 구현되고 있다. 옥외광고가 다시 흥미로운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다만 크리에이티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들은 옥외 집행을 캠페인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본다. 소셜 채널을 통해 특정 장소로의 방문을 유도하고, 현장에서의 촬영과 참여를 장려한다. 이후 생성된 사용자 콘텐츠를 다시 소셜미디어에서 증폭시키며 도달 범위를 확장한다. 일부 브랜드는 한정 혜택이나 경험을 결합해 관람자를 단순한 노출 대상이 아닌 공동 참여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면 짧은 기간의 옥외 집행은 수일간의 소셜 화제로 이어진다. 초기 매체비를 넘어서는 획득 노출이 발생하고, 브랜드는 비용 대비 높은 파급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마케터들은 옥외와 소셜을 분리된 영역으로 기획한다. 조직 내부의 사일로가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성과를 내는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옥외와 소셜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한다. 물리적 집행은 호기심과 규모를 만들고, 소셜 레이어는 대화와 체류를 만든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될 때 단독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문화적 관통력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옥외 집행은 하나의 문화적 랜드마크로 기능한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되며 브랜드는 혼잡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한다.
앞으로 옥외광고의 다음 단계는 물리와 디지털의 실시간 결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셜 반응에 따라 변화하는 다이내믹 크리에이티브, 온라인 참여에 따라 진화하는 설치물은 옥외광고를 경험형 미디어로 확장시킬 것이다. 현장을 찾은 사람과 멀리서 이를 확산시키는 사람 모두가 캠페인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옥외광고는 소셜미디어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논리를 다시 현실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전통 매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