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광고, 짧은 자극보다 긴 이야기…명절 캠페인의 성패 가르는 ‘공감의 힘’

짧은 영상과 빠른 화면 넘기기가 일상이 된 디지털 환경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긴 이야기는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는다. 명절 광고에서도 가족과 공동체, 배려와 유대감을 담은 서사가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제시됐다.

칸타 (Kantar)의 아시아·태평양 크리에이티브 부문 책임자 아이린 조시 (Irene Joshy)는 ‘페스티브 플레어 (Festive Flair)’ 보고서에서 2025~2026년 명절 광고를 분석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캠페인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명절에 소비자가 느끼고 싶어 하는 핵심 감정으로 즐거움과 의미, 소속감을 꼽았다.

분석 대상 광고는 모두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브랜드의 차별성을 높인 광고는 5편 중 1편에 그쳤다.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의 기반이 되는 ‘의미 있는 차별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 광고도 절반에 불과했다. 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계속 보도록 관심을 유지한 콘텐츠 역시 브랜드 제작물과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통틀어 절반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보고서의 분석 대상에 관한 결과로, 아시아·태평양 명절 광고 전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명절 광고는 익숙한 분위기와 감성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빠르게 끌 수 있다. 그러나 전개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면 소비자는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즐겁게 시청했다는 반응이 곧바로 구매 의향이나 브랜드 선호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 (Bank Mandiri)의 라마단 광고

첫 번째 원칙은 진정성과 재미다.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 (Bank Mandiri)의 라마단 광고를 사례로 제시했다. 약 5분 분량의 이 광고는 가족과 친구,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담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서로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가 긴 영상을 시청할 이유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소비자의 집중력이 일률적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통념에도 질문을 던진다. 영상의 길이 자체보다 시청자가 자신의 삶과 연결해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매 압박을 줄이고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토요타 (Toyota)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명절인 이드에 맞춰 고향을 찾는 대규모 귀향 풍습 ‘무딕’을 광고에 담았다. 자동차의 기능을 따로 설명하기보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여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광고에서 이동은 단순한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가족의 유대와 전통을 이어주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풍습을 새로움이 부족한 소재로 보기보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관계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보고서는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되 여러 메시지를 한꺼번에 담아 내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세 번째는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표현하되 하나의 중심 아이디어로 캠페인을 연결하는 것이다. 브랜드 영상과 크리에이터 협업, 짧은 동영상이 각각 따로 움직이면 캠페인의 메시지가 분산될 수 있다. 형식과 길이가 달라져도 소비자가 같은 브랜드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막스앤드스펜서 (Marks & Spencer)는 대형 광고 한 편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완성도 높은 대표 영상과 상황별로 구성한 짧은 영상들을 함께 선보였다. 유튜브 쇼츠와 긴 영상,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소비자가 접하는 순간에 맞춰 배치했다. 보고서는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표현과 창의성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즐거운 순간을 기록하게 하면서도 화면에서 벗어나 실제 관계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텔콤셀 (Telkomsel)의 광고는 사진과 영상으로 추억을 남기는 기술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에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비보 (Vivo)의 디왈리 광고 ‘귀향의 기쁨 (Joy of Homecoming)’은 바쁜 일상과 오래된 추억을 대비하며 가족을 향한 애정과 돌봄을 담았다. 명절 당일의 축하뿐 아니라 가족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에도 이야기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칸타는 이러한 광고 효과가 제작 단계에 앞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 크리에이티브 개발에 투자하면 성과가 우수한 광고를 만들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 본격적인 제작비를 투입하기 전에 어떤 아이디어가 감정을 움직이고 브랜드의 차별성을 남길 수 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소비자 인식 분석에서 브랜드의 AI 광고 활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아시아·태평양 소비자는 절반에 못 미쳤다. 생성형 AI 광고는 강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반응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조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진정성과 섬세한 감정을 기술만으로 대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