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작아 읽을 수 없는 수천 개의 이름…옥외광고의 원칙을 깨고 건설 노동자에게 바친 옥외광고
미국 작업복 브랜드 카하트 (Carhartt)가 대형 옥외광고를 통해 하이마크 스타디움 (Highmark Stadium)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빌보드 광고면 상단에는 “하이마크 스타디움을 가능하게 만든 근로자들에게 카하트가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배치됐다. 그 아래에는 경기장 건설에 힘을 보탠 수많은 근로자의 이름이 빼곡하게 들어갔다.
일반적인 옥외광고 제작 원칙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구성이다. 옥외광고는 이동 중인 소비자가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글자 수를 최소화하고 핵심 내용을 크게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카하트는 작은 글씨로 채워진 수많은 이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활용했다.
멀리서 모든 이름을 읽을 수는 없지만, 광고를 보는 사람은 경기장 건설에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됐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개별 이름을 읽히게 하는 것보다 이름이 만든 압도적인 규모를 통해 노동의 가치와 집단의 노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광고가 설치된 장소와 브랜드의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카하트는 건설과 제조 현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온 작업복 브랜드다. 경기장을 완성한 현장 근로자들의 이름을 옥외광고의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제품을 직접 소개하지 않고도 브랜드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냈다.
광고 오른쪽에는 카하트와 미국프로풋볼팀 버펄로 빌스 (Buffalo Bills)의 로고를 나란히 배치했다. 브랜드와 스포츠 구단이 경기장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근로자들에게 공동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구도다.
릭 로빈슨 (Rick Robinson) PJX 미디어 (PJX Media) CEO는 이 광고에 대해 “사람들의 공간을 차지할 자격을 얻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옥외광고가 단순히 대중의 시선을 구매하는 매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 공간을 만든 사람과 지역사회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카하트의 이번 광고는 옥외광고의 기본 원칙을 깨면서도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 사례다. 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름이 오히려 광고의 핵심 장치가 됐고, 제품 대신 근로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브랜드와 장소, 대중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