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 어떻게 측정했나… 인도 옥외광고 시장에 던진 세 가지 질문
인도 옥외광고 업계에서 광고 노출량(Impressions)의 신뢰성과 측정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광고주와 매체사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측정 기준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도 광고기술 기업 지기 테크(XIGI Tech)의 타밀 아라산(Tamil Arasan)은 인도 옥외광고 시장의 노출량 산정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광고주에게 제시되는 노출량이 독립적인 조사 결과보다 매체사 자체 추정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라산은 "인도 옥외광고는 수십만 단위로 판매되고, 그 숫자는 판매자가 직접 계산한다"는 표현으로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인도에서 사용하는 '라크(Lakh)'는 10만을 의미하는 숫자 단위로, 광고 매체의 월간 노출량을 설명할 때도 사용된다.
그는 "광고 계획서를 요청하면 모든 광고 매체에 숫자가 붙어 있다. 월간 노출량이 수십만 회라고 설명하지만, 그 숫자의 출처를 물으면 대부분 매체사 자체 추정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2009년 6월 인도 미디어 리서치 이용자협의회(MRUC)는 뭄바이와 푸네에서 인도 옥외광고 조사(Indian Outdoor Survey)를 시작했다. 이후 조사 지역을 다른 주요 대도시 5곳으로 확대할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아라산은 첫 조사가 시작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광고주들이 인도 옥외광고 업계 단체에 공통된 측정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별로 서로 다른 산정 방식이 적용된다면 광고주는 여러 광고 매체의 효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라산은 "광고판은 수십만 단위의 노출량으로 판매되지만, 그 숫자를 계산하는 사람은 판매자 자신"이라며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면 판매자는 숫자를 높여 잡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측정 근거가 불분명한 노출량이 광고 거래의 가격 결정에 활용되는 점을 우려했다. 광고주가 매체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단순한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측정 방법이 없는 숫자는 의견에 불과하다. 그리고 의견에 실제 광고 노출량과 같은 가격을 매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라산은 해결책 역시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구매 관행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사가 제시하는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측정 방법과 데이터 출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광고 견적서를 검토할 때 반드시 세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을 제안했다.
"이 숫자는 어떻게 측정했는가. 누가 측정했는가. 언제 측정했는가."
아라산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1분 이상 걸린다면 해당 노출량 수치를 할인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측정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데이터는 광고 구매를 결정하는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디지털 옥외광고의 확산으로 광고 송출 기록과 운영 데이터는 과거보다 풍부해졌다. 그러나 광고가 몇 차례 송출됐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와 실제 소비자가 광고를 볼 기회를 얼마나 가졌는지를 추정하는 노출량 데이터는 서로 다르다. 광고 송출 횟수가 많다고 해서 실제 노출량이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라산 역시 디지털 스크린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도 옥외광고 시장 전체가 공유하는 단일 측정 표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언은 인도 옥외광고 업계의 측정 관행에 대한 아라산 개인의 문제 제기다. 인도 전체 매체사의 노출량 산정 방식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광고 노출량의 산정 방식과 데이터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글로벌 옥외광고 시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매체사의 자체 추정치와 독립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구분하는 일은 광고주의 투자 판단뿐 아니라 옥외광고 매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중요한 과제다.
아라산은 글의 마지막에서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받아본 광고 매체 계획서에는 그 숫자가 어떻게 측정됐는지 설명돼 있었습니까?"
지기 테크는 2024년 설립된 인도 광고기술 기업으로, 타밀나두주 테니에 본사를 두고 있다. 디지털 옥외광고 매체 운영과 광고 캠페인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광고주와 대행사를 위한 '지기 스튜디오(Xigi Studio)', 매체사를 위한 '지기 스크린스(Xigi Screens)'를 통해 광고 계획 수립부터 매체 선정, 가격 관리, 광고 송출 확인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