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의 디지털 전환은 시작일 뿐이었다' 두바이 하이퍼미디어 pDOOH 총괄이 말하는 옥외광고의 다음 단계

중동 지역에서 프로그래머틱 디지털 옥외광고(pDOOH)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는 시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가 꼽힌다. 두바이 메트로와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전반에서 이미 자동화·데이터 기반 캠페인이 일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이퍼미디어의 딜런 템플-힐드 프로그래머틱 총괄은 이를 “옥외광고가 더 이상 정적인 매체가 아닌,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인프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업계가 ‘디지털화’를 과도하게 목표로 삼아온 점을 짚었다. 딜런 템플-힐드는 “비닐을 LED로 바꾸고 영상 효과를 더한 것을 혁신으로 불러왔지만, 그것은 준비 단계에 불과했다”며 “진짜 변화는 자동화와 책임성, 즉 광고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과 맥락에 반응하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이퍼미디어는 현재 두바이 메트로 전역과 주요 슈퍼마켓·하이퍼마켓 내부를 포함해 780개 디지털 스크린을 하나의 프로그래머틱 생태계로 연결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미 메트로와 리테일 미디어에서는 실시간 오디언스 타기팅이 상시 가동되고 있다”며 “이제 그 인텔리전스를 옥외 환경으로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딜런 템플-힐드는 기존 옥외광고의 한계로 ‘추정치 중심의 계획’을 지적했다. “그동안 업계는 평균 체류 시간과 가설적 노출 수에 의존해 왔다. 반면 디지털 매체는 성과 측정과 최적화를 무기로 삼았다”며 “pDOOH는 검증된 오디언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행동을 중심에 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얼굴 인식이나 개인식별정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익명화된 데이터와 투명한 리포팅만으로도 충분한 정밀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테일 미디어에 대해서는 “지금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에 국한됐던 리테일 미디어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되면서, 구매 결정이 이뤄지는 순간에 광고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음료 브랜드는 시간대에 따라 크리에이티브를 바꾸고, 주말 프로모션은 매장 유입이 최고조에 달할 때 자동으로 노출된다”며 “이는 실험이 아니라 현재의 운영 모델”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운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딜런 템플-힐드는 “이제 ‘설정해 두고 잊는’ 캠페인은 의미가 없다”며 “광고주는 실시간으로 집행을 조정하고, 데이터에 따라 즉각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곧 옥외 환경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AE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기술 친화적인 인구 구조와 교통·유통 인프라의 통합성을 꼽았다. “52개 메트로역과 125대의 열차, 하루 80만 명 이상의 이용객, 연간 7억 회 이상 방문이 이뤄지는 쇼핑 환경은 모든 접점을 측정 가능하게 만든다”며 “우리는 매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규모와 검증된 오디언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존재하는 업계의 망설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정적 매체와 장기 집행은 여전히 익숙하고 안전해 보인다. 그러나 영속성이 곧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프로그래머틱은 전통적 옥외광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확장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옥외광고의 성과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도달률과 빈도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방문과 참여, 그리고 매출 상승이 핵심 지표”라며 “구글 애즈, 페탈 애즈 등 디지털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옥외광고도 동일한 성과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딜런 템플-힐드는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광고 역시 그래야 한다”며 “스크린에 단순히 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브랜드는 스크린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하이퍼미디어가 그리고 있는 pDOOH의 미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