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공간에서 소비자 감정을 움직이다… 옥외광고의 가치 재발견
영국 옥외광고 업계가 광고 노출 규모를 넘어 소비자의 실제 주목도와 감정적 경험을 중심으로 매체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가 개인의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일상에서 직접 경험하는 현실 공간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무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글로벌 옥외광고 기업 제이씨데코 영국(JCDecaux UK)은 최근 런던에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인 ’리얼 월드 미디어(Real World Media)’와 자체 브랜드 캠페인 ’리얼 메이크스 유 필(Real Makes You Feel)’을 공개했다.
‘현실은 감정을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은 이번 캠페인은 옥외광고가 단순히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사람들이 생활하는 실제 공간에서 브랜드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형성하는 미디어라는 점을 강조한다.
캠페인은 도로변 광고판과 철도역, 공항, 쇼핑시설 등 제이씨데코가 운영하는 영국 전역의 광고 매체를 통해 진행된다. 회사 측이 제시한 캠페인 규모는 약 2억700만 회의 광고 노출이다.
행사에 참석한 영국 미디어 기업 오디언스2미디어(Audience2Media)의 루퍼트 빈(Rupert Bean) 영국 총괄은 옥외광고가 현실 세계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매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30년 동안 옥외광고 산업에 종사하면서 이 매체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옥외광고의 진정한 매력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또 다른 변화는 광고 매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기존 옥외광고 시장이 광고판의 위치와 유동 인구, 예상 노출 횟수를 중심으로 매체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실제로 광고에 얼마나 오랫동안 주목하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동일한 광고 소재와 화면 규격을 사용하더라도 설치 장소와 주변 환경에 따라 소비자의 주목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도로변 광고판과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승객이 머무는 공간의 광고 화면은 서로 다른 주목도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씨데코 영국은 이러한 특성을 광고 상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영국 옥외광고 시청자 측정 시스템인 루트(Route)의 데이터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주목도를 확보할 수 있는 디지털 광고 매체를 선별하고, 이를 프라이빗 마켓플레이스(PMP) 형태의 프로그래매틱 광고 상품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PMP는 특정 광고주와 광고 구매자에게 선별된 광고 매체를 제공하는 비공개 자동화 거래 방식이다. 광고주는 단순히 많은 화면에 광고를 노출하는 대신, 소비자의 주목 가능성이 높은 매체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광고 효과 측정 방식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광고를 볼 기회와 노출량을 나타내는 기존 지표에 더해 소비자가 광고를 바라보는 시간, 메시지를 기억하는 정도 등 광고 주목도와 관련된 요소들이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제이씨데코 영국은 광고 주목도 연구기업 루멘 리서치(Lumen Research)와 함께 런던 버스정류장 광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 결과, 버스정류장 내부 광고 화면은 평균 4.4초의 시각적 주목 시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가 일정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 광고 주목도 측면에서 갖는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이씨데코 영국의 공동 최고경영자 크리스 콜린스(Chris Collins)는 옥외광고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대규모 도달 능력과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감정적 영향력을 함께 갖춘 매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전략은 감성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 기반 광고 거래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실 공간에서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옥외광고의 특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매체 구매 과정에서는 주목도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과와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영국 옥외광고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광고 시장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앞으로 옥외광고 매체사의 경쟁력은 광고 화면의 수와 크기, 설치 위치뿐 아니라 소비자가 광고에 주목하는 환경을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고 이를 광고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