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H Classics] 공항 수하물 벨트가 카지노 룰렛으로… 2007년 칸을 사로잡은 옥외광고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 평범한 시간이 카지노 게임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200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서는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를 룰렛 게임판으로 꾸민 이색 옥외광고가 등장했다. 공항 시설의 움직임을 광고에 활용한 이 캠페인은 그해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하며 창의적인 공항 광고 사례로 주목받았다.

베네치아 카지노(Casinò di Venezia)는 2007년 2월 공항 수하물 수취 구역의 컨베이어 벨트 두 곳에 룰렛 게임판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설치했다. 캠페인 이름은 ’킵 플레이잉(Keep Playing)’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에 본사를 둔 광고회사 애드엠컴(AdmCom)이 제작했다.

애드엠컴(AdmCom)

이 광고는 별도의 디지털 스크린이나 영상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수하물이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 표면을 카지노 룰렛 게임판처럼 디자인했다. 여행객들은 자신의 가방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광고를 바라보게 됐다.

애드엠컴(AdmCom)

특히 수하물이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기다림과 룰렛 게임의 긴장감을 연결한 점이 특징이다. 공항 이용객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시설을 광고 매체로 활용하면서 별도의 광고 시청 행동을 유도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한 광고 방식은 앰비언트 광고(Ambient Advertising)로 분류된다. 앰비언트 광고는 건물이나 교통시설, 생활 공간의 구조와 기능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기법이다. 기존 광고판에 메시지를 표시하는 것과 달리 공간 자체를 광고의 일부로 활용한다.

이 캠페인은 2007년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 아웃도어 부문 교통광고(Transit) 카테고리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마우리치오 친티(Maurizio Cinti)가 맡았으며, 아트 디렉터 안드레아 리지(Andrea Ligi)와 세르조 렐리(Sergio Lelli)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광고 제작 당시와 비교하면 오늘날 공항 옥외광고는 대형 LED와 디지털 영상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첨단 기술이 없더라도 이용객의 행동과 공간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강력한 광고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항 수하물 수취 구역은 입국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확인하기 위해 일정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다. 이처럼 광고에 대한 자연스러운 주목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매체의 크기뿐 아니라 이용객의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가 광고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

베네치아 카지노의 ‘Keep Playing’은 19년이 지난 지금도 공항 시설과 브랜드 메시지를 결합한 창의적인 옥외광고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광고를 더 크게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이 이미 바라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