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DV360에 능숙하다고 옥외광고를 아는 것은 아니다…'사람의 판단'까지 자동화할 수 있을까?
프로그래매틱 DOOH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나는 프로그래매틱이 지난 10년간 옥외광고 업계에서 등장한 가장 중요한 발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옥외광고는 오랫동안 효과성과 책임성, 민첩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래매틱은 DOOH를 주류 미디어 플래닝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캠페인 운영의 유연성을 높였고, 성과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개선했으며, 무엇보다 과거에는 DOOH를 고려하지 않았던 광고회사와 광고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프로그래매틱은 DOOH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했다. 그러나 전문성까지 민주화한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접근성이란 더 많은 사람이 옥외광고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반면 전문성이란 어떤 위치가 브랜드를 구축하는지, 어떤 환경이 소비자의 주목을 만들어내는지, 어떤 스크린이 실질적인 영향력 없이 노출량만 늘리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프로그래매틱은 첫 번째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했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프로그래매틱의 성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한 가지 가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DSP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하나의 디지털 채널’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둘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초밥을 도시락 상자에 넣는다고 샌드위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DOOH를 일반 디지털 채널처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같은 DSP 안에서 거래되고, 상당 부분 유사한 구매 방식을 사용하며, 하나의 캠페인 안에서 디스플레이 광고, 온라인 동영상, 커넥티드TV와 나란히 집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계가 흐려진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구매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매체의 본질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프로그래매틱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옥외광고를 ‘어떻게 구매하는가’를 바꾼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구매하는가’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최근 DOOH는 점점 더 디지털 조직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담당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오디언스 데이터, 최적화, 자동화, 플랫폼 운영 방식에 익숙하다. 이는 비판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매체 접근성을 높인 결과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플랫폼 전문성을 미디어 전문성과 혼동하기 시작했다.
DV360 (Google Display & Video 360)을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자동으로 옥외광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골프채를 샀다고 해서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할 실력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도구는 중요하다. 그러나 도구 자체가 전문 기술은 아니다.
옥외광고가 본질적으로 다른 매체인 이유는 사람들이 이를 경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한다. 차량, 건축물, 보행자, 날씨, 상점 간판을 비롯해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와 동시에 소비자의 주목을 놓고 경쟁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채널과 달리 사람들은 옥외광고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 옥외광고는 짧은 순간에 사람의 시선을 끌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며, 몇 초 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옥외광고 플래닝은 항상 DSP가 답할 수 없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광고판은 실제로 잘 보이는가. 나무에 가려져 사실상 자연환경이 미디어 플래닝을 이겨버린 것은 아닌가.
사람들이 이동하는 속도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가.
주변 환경이 광고 메시지를 강화하는가.
이 위치가 브랜드 기억을 만들어내는가, 아니면 단순히 노출량만 추가하는가.
이러한 판단은 구매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과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는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다.
하지만 DOOH가 디지털 구매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를 미디어 플랜의 또 하나의 항목으로 취급하려는 유혹도 커졌다.
업무 흐름은 익숙하다. 최적화 도구도 익숙하다. 대시보드 역시 익숙한 모습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전혀 다른 규칙으로 작동해 온 매체에 디지털 미디어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물론 자동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누구도 캠페인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등록하고, 게재 주문서를 추적하며, 며칠씩 스프레드시트를 업데이트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동화는 불필요한 마찰을 제거한다. 그것이 자동화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자동화에는 한 가지 특성이 있다. 그 기반에 무엇이 놓여 있든 그것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좋은 플래닝은 더 효율적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나쁜 플래닝 역시 더 큰 규모로 확장된다.
잘못 선택한 스크린 하나를 수작업으로 구매하는 것은 하나의 실수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잘못 선택한 스크린 100개를 자동으로 구매하게 되면 그것은 곧 전략이 된다.
인벤토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매틱이 가진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이용할 수 있는 DOOH 인벤토리의 규모다. 이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천 개의 스크린에 접근할 수 있다. 플래너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더 좋은 플래닝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에는 의문이 있다.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함께 일했던 최고의 플래너들은 선택지가 많아서 뛰어난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어떤 선택지를 버려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프로그래매틱 인벤토리 안에는 나무 뒤에 가려진 스크린, 시각적으로 복잡한 리테일 환경 속에 묻혀 있는 스크린, 캠페인 목표와 맞지 않는 장소에 설치된 스크린도 존재한다.
그러나 DSP 안에서는 이런 스크린도 프리미엄 도로변 대형 매체나 상징적인 리테일 장소와 마찬가지로 ‘구매 가능한 인벤토리’로 표시된다.
DSP는 매우 공손한 시스템이다. 인벤토리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샌튼의 상징적인 도로변 대형 매체와 재활용 쓰레기통 뒤편에 잊힌 스크린을 똑같은 태도로 보여준다.
플랫폼이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 판단은 우리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프로그래매틱 DOOH의 가장 흥미로운 기회는 더 많은 인벤토리를 개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어떤 인벤토리를 프로그래매틱으로 제공할 것인지 훨씬 더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데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핵심은 ‘큐레이션’이다.
큐레이티드 프로그래매틱 딜은 기술과 전문성을 결합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다.
자동화가 가진 속도, 유연성, 효율성, 최적화라는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미디어 플래닝 과정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는 요소, 즉 사람의 판단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티드 딜은 옥외광고 업계가 정중하게 “불필요한 인벤토리는 이미 걸러냈습니다”라고 말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수천 개의 서로 비슷한 스크린을 구매하는 대신 프리미엄 통근 환경, 금융지구, 공항 터미널, 럭셔리 리테일 지역, 대학 캠퍼스, 체류시간이 긴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구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벤토리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구매하는 것이다.
미묘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적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 범위를 어디에 설정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누군가는 어떤 스크린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야 하는지, 어떤 장소가 소비자의 주목을 만들어내는지, 어떤 환경이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동시에 어떤 인벤토리를 아예 제외해야 하는지도 결정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프로그래매틱 DOOH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방향일지 모른다.
첫 번째 단계가 자동화 기술이 옥외광고 구매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술이 전문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의 중요성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모든 광고회사는 같은 DSP를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오디언스 데이터에 접근하고, 같은 최적화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점점 더 비슷한 인공지능 역량까지 갖추게 된다.
기술은 결국 범용화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판단력은 그렇지 않다.
집행이 매년 쉬워지는 시대에는 경쟁우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매체를 충분히 깊이 이해하고, 언제 알고리즘을 신뢰해야 하는지, 언제 알고리즘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지, 때로는 언제 알고리즘을 완전히 무시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에게 경쟁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옥외광고 업계가 앞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프로그래매틱 DOOH를 어떻게 더 쉽게 구매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잘못된 방식으로 구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프로그래매틱이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하게 보여준 사실이 있다면, 기술은 실행을 놀라울 정도로 잘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사고, 왜 사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