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지하철 파업의 역설... 버스 광고가 뜻밖의 호황을 맞다.
영국 런던 지하철 파업이 도심 교통 패턴을 뒤흔들면서 버스를 중심으로 한 지상 교통 수단을 활용한 옥외광고가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
영국 런던의 옥외광고 전문업체 큐브 OOH(Qube OOH)에 따르면 이번 주 런던 도심은 예상과 달리 발길이 줄지 않았다. 인도로는 인파가 몰리고 차량 정체는 심화됐으며, 자전거 통행량 급증으로 도심 전역이 혼잡해졌다.
이는 런던 시민들이 교통 마비에도 불구하고 이동을 포기하지 않고 지상으로 이동 경로를 재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이동하는 시민에게 불편이지만, 버스 외부 광고, 도로변 빌보드, 택시 랩핑, 자전거 경로 광고 등 지상 매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런던 도로 위를 달리는 빨간 2층 버스 측면에는 영화 홍보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ONE BATTLE AFTER ANOTHER(끝없는 전투)’라는 카피는 지하철 파업으로 매일같이 교통 혼잡과 씨름하는 시민들의 현실과 묘하게 겹친다. 원래는 영화 개봉을 알리는 단순한 광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통 혼란 속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예상치 못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출퇴근길 시민들이 광고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이유다.
이번 파업 과정에서 프로그램매틱 디지털 옥외광고(DOOH)의 핵심 채널인 런던 지하철 내 집행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발 빠르게 지상 매체로 전환한 광고주들은 오히려 노출 효과가 확대됐다. 큐브 OOH 창립자 다니엘 캐리(Daniel Carey)는 이를 두고 “브랜드가 교통 변수 속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기민한 기동”이라며 캠페인 재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탭탭 디지털(Taptap Digital) 글로벌 최고매출책임자(Global Chief Revenue Officer) 나이젤 클락슨(Nigel Clarkson)은 “프로그램매틱 OOH는 집행·전환·재편성이 가장 손쉬운 매체”라며 “특히 영국의 경우 대부분이 비보장(non-guaranteed) 방식이어서 유연성이 높다. 만약 수개월 전 직구매(Direct Buy)로 집행을 확정한 캠페인이라면 이번처럼 파업이 예고 없이 발생했을 때 조정이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니엘 캐리는 “맞다, 이런 순간에 프로그램매틱 OOH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광고주의 브리프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지, 그리고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때로는 프로그램매틱 OOH가 답이지만, 때로는 전통적 OOH, 디지털 OOH(DOOH), 혹은 이 모든 것을 조합한 방식이 최선일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옥외광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프로그램매틱과 전통 매체 간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각 상황에 맞는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이번 사례는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대도시의 교통 중단은 광고 기회를 줄이지 않는다. 단지 이동 경로를 바꿀 뿐이며,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