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거나, 아니면 싫어하거나'… 세계옥외광고협회가 던진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질문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둘러싼 논쟁이 업계 안팎에서 다시 고조되고 있다. 창의성이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마지막 방송 매체’로 불리는 옥외광고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향해 이 매체가 지닌 고유한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직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의 회복을 목표로 ‘Make Outdoor Creative Again(#MOCA)’을 제시해 온 오션 그룹(Ocean Group) 회장 팀 블리클리(Tim Bleakley)의 문제 제기 이후, 세계옥외광고협회는 ‘사랑하거나, 아니면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로 또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며, 이상적인 가능성과 불편한 현실을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다.
이번 논의의 중심에는 수상 경력을 두루 갖춘 크리에이티브 리더 케이티 홉킨스(Katy Hopkins)와 디노 버비지(Dino Burbidge)가 있다.
홉킨스는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디앤애드(D&AD), 원쇼(The One Show) 등 주요 글로벌 광고제에서 수상한 경력을 보유한 인물로, 캠페인(Campaign)이 선정한 ‘업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여성 크리에이티브 트레일블레이저 톱 3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아이디어의 형태나 매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는 변화를 만든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디어와 브랜드 경험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으며, 그의 작업 일부는 타임(Time)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톱 50’에 포함되기도 했다.
홉킨스는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옥외광고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옥외광고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광고 매체다. TV가 섹시하고 소셜이 쿨할 수는 있지만, 실제 공간에서 내 작업을 마주하는 경험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함이 있다.” 현실 공간 속에서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옥외광고만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는 인식이다.
반면 디노 버비지는 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선을 더한다. 그는 독립 컨설턴트로서 옥외광고 클라이언트들이 혁신적인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돕고 있으며, 광고·크리에이티브·마케팅·기술·전략을 아우르는 폭넓은 배경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이 놓치기 쉬운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옥외광고 분야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그는 옥외광고의 가치를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 알리는 데 적극적인 옹호자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옥외광고협회 크리에이티브 인 레지던스(Creative-in-Residence)이자 피카소 도르 어워즈(Pikasso D'Or Awards) 회장을 맡고 있다.
버비지는 옥외광고의 한계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솔직히 말해 옥외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기에 훌륭한 매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높은 제작·운영 복잡성, 제한된 평가 기준, 크리에이티브의 기여도가 명확히 측정되지 않는 구조 등은 여전히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랑과 불만’의 병치는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옥외광고 미디어 컨설턴트 론 그레이엄(Ron Graham)은 “홉킨스가 옥외광고의 창의적 장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면, 버비지는 실패로부터 배워야 할 함정을 정리한 실질적인 플레이북을 제시했다”며 “두 사람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께 보는 방식은 2026년을 향한 더 나은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평가했다.
팀 블리클리 역시 논의에 의미 있는 사례를 덧붙였다. 그는 “만약 스펙세이버스(SpecSavers)가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호주 원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잉글랜드 크리켓 대표팀을 겨냥해 ‘시드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집행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언급하며, 옥외광고가 지닌 맥락 기반 커뮤니케이션과 타이밍의 힘을 강조했다. 공간과 순간을 정확히 읽어낼 때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다른 매체가 흉내 낼 수 없는 임팩트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옥외광고 분야의 혁신가 닐 모리스(Neil Morris)는 이번 논의를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기준점”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수상작 중심으로만 크리에이티브의 가치를 평가하는 현실은 표본 자체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며 “캠페인 집행 이전 단계에서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검증하는 지표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옥외광고협회는 이러한 다양한 시각을 계기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제시된 주장에 동의하는지, 무엇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담론을 넘어, 옥외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기준과 역할, 그리고 평가 방식까지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옥외광고가 진정 ‘궁극의 크리에이티브 캔버스’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논의는 그 가능성을 둘러싼 질문을 업계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