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확인한 아시아 OOH 시장의 현재와 미래
전 세계 125개국, 250개 이상의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세계옥외광고협회 (World Out of Home Organization, WO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포럼인 ‘WOO APAC 포럼 2025(WOO APAC Forum 2025)’가 2025년 11월 5일부터 7일까지 한국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주요 기업과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일본 DOOH 사업자인 라이브보드(LIVE BOARD) 대표이사 사장 다카기 도모히로(髙木 智広·당시)는 덴쓰(Dentsu)와의 공동 세션에 연사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포럼에서는 글로벌 OOH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APAC 각국의 최신 시장 동향, 그리고 일본이 제시한 OOH의 성장 가능성이 폭넓게 공유됐다.
포럼 기조 세션에서 WOO 회장이자 집행의장인 톰 고다드(Tom Goddard)는 “OOH는 끝까지 주역으로 남을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OOH가 유일하게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온라인 광고와 TV가 신뢰성 문제에 직면한 것과 달리, OOH는 현실 공간에 실제로 존재하는 매체라는 특성으로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으며, 다른 미디어가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체험 가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고다드 회장은 특히 APAC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APAC은 전 세계 OOH 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인구와 경제 규모 모두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움직임이 글로벌 OOH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시장으로 평가됐다. 향후 성장 동력으로는 디지털화 확대 여지, 크리에이티브와의 높은 결합력, 도시·공공·지역과의 연계 가능성, AI와 리테일 미디어의 진화를 꼽았다. 그는 OOH가 더 이상 전통적 매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미래형 미디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OOH 산업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5%의 벽(The 5% Syndrome)’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는 전체 광고비에서 OOH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서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돼 온 구조적 문제다. TV나 디지털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지적돼 왔다.
이와 관련해 라이브보드와 덴쓰의 공동 세션은 하나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세션에서는 TV·디지털·OOH를 통합해 최적의 예산 배분을 도출하는 덴쓰의 ‘크로스미디어 플래너(Cross Media Planner)’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됐다. 크로스미디어 플래너는 2015년 덴쓰가 개발한 플랫폼으로, 복수의 매체를 횡단해 최적의 매체 및 예산 배분을 자동 산출한다. 2023년 라이브보드가 유일한 OOH 파트너로 통합되면서, TV·디지털·OOH를 아우르는 본격적인 크로스미디어 플래닝 환경이 구축됐다.
수도권에서 총 1억 엔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가정한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라이브보드의 최적 배분 비중은 11.1%로 나타났다. 이는 OOH가 오랫동안 넘기 어려웠던 ‘5%의 벽’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크로스미디어 최적화 환경에서 OOH가 핵심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와 교통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압도적인 도달력과, TV·디지털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 가능한 임프레션 기반의 정밀한 계측 체계가 이러한 평가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OOH를 데이터 기반으로 수치화하고 최적화해 온 점이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선진 사례도 소개됐다. 호주에서는 옥외광고의 공통 평가 기준을 구축한 MOVE가 주목을 받았고, 호주 전역의 OOH를 통합 측정하는 공통 커런시 MOVE의 역할과 성과를 발표했다. MOVE는 2010년 도입 이후 로드사이드, 공항, 역, 대중교통, 상업시설, 주유소 등 주요 OOH 매체를 포괄해 왔으며, 도입 이후 업계 매출과 DOOH 수익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왔다. 2025년 공개된 MOVE 2.0에서는 연중 365일, 시간대별 시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행동 기반의 정밀한 측정 단계로 진화했다. 이를 통해 OOH는 TV나 온라인 광고와 유사한 사람 단위 비교·평가가 가능한 매체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 OOH 시장은 아시아 3위, 세계 7위 규모로, 디지털화율이 20% 미만임에도 전체 광고비의 절반 이상이 DOOH에 투입되는 성장 시장이. 특히 ‘옥외광고 자유표시 구역 (Free OOH Advertising Zone)’ 제도를 통해 대형 디지털 스크린 설치 규제가 완화되면서, 강남과 명동 등 주요 상권에 대형·3D 대응 비전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들 메가 스크린은 한국 DOOH 광고비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매체사, 광고주, 행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데이터 정비와 표준화,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APAC 전반의 프로그래매틱 OOH 현황을 다룬 세션에서는 한국, 중국, 태국, 호주, 일본 대표들이 각국의 데이터 환경과 DSP 활용 수준을 공유했다. 한국은 약 1,200만 규모의 ID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에는 100개 이상의 DSP가 존재하는 등 국가별로 상이한 발전 경로가 나타났다. 규제 차이와 데이터 정합성 문제는 공통 과제로 지적됐지만, APAC 전반이 공통의 방향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식이 일치했다.
이번 WOO APAC 포럼 2025는 아시아 OOH 시장이 이미 다음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특히 한국의 OOH는 스케일과 존재감, 사회적 연계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시에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가 제도, 데이터, 메저먼트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호주의 MOVE 사례가 상징하듯, ‘측정 가능성’은 OOH를 전략적으로 평가·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WOO APAC 포럼 2025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공통 지표와 평가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