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스크롤할 수 없는 OOH의 힘… 디지털 시대에도 브랜드가 옥외광고를 선택하는 이유

디지털 광고가 이토록 정교해진 시대에 브랜드는 왜 여전히 빌보드에 돈을 쓸까? 지금 시대의 디지털 광고는 소비자의 연령과 위치, 관심사와 행동을 분석하고 무엇을 검색했는지까지 파악해 광고를 보여준다. 클릭과 구매 전환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광고 효율만 놓고 본다면 모든 광고비가 디지털로 향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여전히 뉴욕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주요 국제공항과 도심의 대형 디지털 옥외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디지털 광고가 발전할수록 옥외광고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브랜드들은 오히려 현실 공간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유는 디지털 광고와 옥외광고가 해결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광고는 손가락 한 번이면 사라진다. 영상을 건너뛸 수도 있고 광고를 차단할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화면 속에서 광고 하나가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는 다르다.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도로와 지하철역, 공항과 쇼핑거리에서 같은 장소를 지키고 있다. 어제 지나쳤던 교차로에서 오늘 다시 만나고, 내일도 같은 광고를 볼 수 있다. 소비자는 매번 광고를 의식적으로 바라보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노출을 통해 어느 순간 브랜드의 이름과 이미지를 기억하게 된다. 나는 이것이 옥외광고가 가진 가장 오래됐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옥외광고의 또 다른 경쟁력은 ‘현실의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처음 보는 브랜드와 서울 한복판의 대형 전광판에서 만나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똑같이 느껴질 수는 없다. 도시의 중요한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광고 한 편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브랜드가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행위다. 때로는 브랜드의 규모와 자신감까지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광고가 넘쳐나는 지금, 역설적으로 현실 공간에서의 존재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작은 기업도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한 크기의 화면을 차지할 수 있지만 현실의 도시 공간은 그렇지 않다. 좋은 위치의 대형 옥외광고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미디어가 된다.

물론 옥외광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거리에서 빌보드를 본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브랜드를 검색하고,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을 확인한다. 이후 다시 디지털 광고를 만나고 결국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여정이지만 광고 산업은 오랫동안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눠 바라봤다.

이제는 그 경계부터 버려야 한다. 디지털 광고는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데 강하다. 반면 옥외광고은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고 현실 세계에서 존재감을 만드는 데 강하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의 여정을 연결한다.

그래서 “디지털 광고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아직도 옥외광고를 구입하느냐?”는 질문은 어쩌면 잘못된 질문인지 모른다. 이제 브랜드가 물어야 할 질문은 “디지털인가? 옥외광고인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거리에서 만난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디지털 세계까지 이어갈 것"인가다.

가장 영리한 브랜드는 현실과 디지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거리에서 브랜드를 발견하게 하고, 디지털에서 더 알아보게 하며, 다시 현실의 공간에서 그 브랜드를 확인하게 만든다. 결국 미래의 광고 경쟁력은 어느 한 미디어의 승리가 아니라 두 세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