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WA Cannes] 공항 여행객 늘어도 매출은 자동으로 증가하지 않는다…트래블 리테일의 새 과제

TFWA 회장 사라 브랑키뉴 (Sarah Branquinho) / TFWA

세계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트래블 리테일 산업의 성장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공항 이용객 증가에 기대기보다 여행객을 실제 매장 방문과 구매로 연결하는 ‘전환율’이 향후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TFWA 회장 사라 브랑키뉴 (Sarah Branquinho)는 프랑스 칸에서 열린 ‘TFWA 월드 엑시비션 & 컨퍼런스 2026 (TFWA World Exhibition & Conference 2026)’에서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시장의 변화와 향후 성장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 42회를 맞은 행사에서 브랑키뉴는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시장이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성장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여행객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전 세계 여권 보유자는 약 14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국제공항협의회 (Airports Council International·ACI)는 올해 전 세계 항공 여객이 약 100억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객 증가가 트래블 리테일 매출 증가로 같은 속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매출은 2024년 대비 약 2.4% 증가한 76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향수와 화장품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일부 품목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트래블 리테일 업계의 관심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항을 이용하는가’에서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구매자가 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공항에는 많은 승객이 머물지만 모든 승객이 면세점이나 리테일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매장에 들어오더라도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여행객에게 매장에 들어갈 이유와 머물 이유, 새로운 상품을 발견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크루즈 산업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세계 크루즈 이용객은 2019년 이후 약 20% 증가했으며 연간 이용객 규모는 3,700만 명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소개됐다.

크루즈 선박에서는 승객들이 쇼핑 공간과 가까운 곳에서 장시간 머문다. 공항과 비교하면 이동에 따른 시간적 압박도 상대적으로 적어 매장을 방문하거나 상품을 살펴볼 기회가 많다.

트래블 리테일 업계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이 많은 장소를 확보하는 것보다 고객에게 쇼핑할 시간과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갈등, 환율 변동, 규제 강화, 공급망 변화 등이 동시에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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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키뉴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뿐 아니라 트래블 리테일 업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WHO)의 면세 담배 관련 논의를 사례로 들며 트래블 리테일과 면세 산업이 정책 및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입장을 전달하고 산업 전체의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트래블 리테일의 핵심 접점은 공항 면세점과 매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는 공항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브랜드와 상품을 접한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틱톡 (TikTok), 인스타그램 (Instagram)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구매 후보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뷰티와 패션처럼 트렌드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트래블 리테일을 단순히 공항 안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채널로 바라보던 기존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고, 공항에서 제품을 직접 경험한 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전체 여정을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항 매장 역시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체험과 발견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기존에는 화장품, 주류, 패션 등 제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했다면 앞으로는 여행자의 상황과 구매 목적을 중심으로 상품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웰니스, 선물, 여행 필수품, 자신을 위한 소비 등 여행객의 구매 목적에 따라 상품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가진 특수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행객은 공항에서 일상생활과는 다른 심리적 상황에 놓인다. 여행을 앞둔 기대감과 귀국 직전의 여유,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선물을 구매해야 하는 필요 등이 동시에 존재한다.

트래블 리테일 사업자에게는 이러한 여행객의 순간과 심리를 이해하고 상품과 공간,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경계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여행객은 출발 전 온라인에서 브랜드와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공항에서는 실제 상품을 체험하며, 여행 이후에도 디지털 채널을 통해 브랜드와 관계를 이어간다.

따라서 앞으로 트래블 리테일의 경쟁력은 공항 안에서 얼마나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가보다 여행객의 전체 여정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상품을 연결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브랑키뉴 회장은 트래블 리테일 산업이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소비 방식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객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성장 기회는 단순한 승객 증가보다 구매 전환과 고객 경험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시장은 이제 ‘사람이 많은 장소’라는 공항의 장점만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여행객이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고, 매장에 머물고,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고객 경험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