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통기업 테스코, 미디어 회사 설립하여 고객 데이터로 ‘풀 퍼널 리테일 미디어 생태계’ 구축

영국 대형 유통기업 테스코(Tesco)가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단순한 고객 데이터 활용 광고에서 구매 여정 전체를 연결하는 ‘풀 퍼널(Full-Funnel)’ 미디어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던험비(dunnhumby)와 협력하는 테스코 미디어(Tesco Media)는 클럽카드(Clubcard) 데이터와 대규모 고객 기반, 폐쇄형 측정(Closed-loop Measurement)을 결합해 소비자가 집에서 상품 구매를 고려하는 순간부터 매장에서 실제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까지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테스코는 영국 최대 식료품 유통기업 가운데 하나로, 영국에서 2,400만 가구 이상이 클럽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던험비가 지원하는 ‘테스코 미디어 앤 인사이트 플랫폼(Tesco Media and Insight Platform)’은 이 같은 고객 규모와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브랜드와 광고대행사에 테스코의 디지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광고 기회를 제공한다.

테스코 미디어 매니징 디렉터 태시 휘트미(Tash Whitmey)는 이러한 변화를 “데이터를 가진 유통기업에서 영혼을 가진 미디어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테스코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Every Little Helps’ 철학도 리테일 미디어 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소비자를 방해하는 광고보다 쇼핑 과정에서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테스코 미디어는 소비자의 쇼핑 여정을 ‘소파에서 매장까지(sofa to store)’라고 표현한다. 소비자가 집에서 상품을 검색하거나 구매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광고를 노출하고, 이후 테스코닷컴(Tesco.com)과 앱, 오프라인 매장 등 여러 접점을 거쳐 실제 구매 시점까지 브랜드 메시지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의 핵심 경쟁력은 클럽카드 데이터다. 테스코는 던험비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클럽카드 구매 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의 쇼핑 목적과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적합한 고객군을 선정해 여러 미디어 채널에서 광고를 집행한다.

광고 성과 측정도 온라인 클릭이나 노출에 머물지 않는다. 광고주는 테스코 웹사이트와 앱에서 캠페인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광고 노출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구매가 발생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테스코 미디어는 이를 기반으로 개별 채널의 광고비 대비 매출(ROAS)을 넘어 옴니채널 ROAS와 증분 광고수익률, 보다 정교한 기여도 분석으로 측정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실시간 대시보드와 증분 효과 측정, 광고주의 마케팅 믹스 모델링(MMM)과 캠페인 성과를 연계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테스코 미디어가 실시한 ‘무빙 마인드셋(Moving Mindsets)’ 조사에서는 식료품 쇼핑이 단순히 필요한 상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만은 아니라는 결과도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테스코 쇼핑객 약 3분의 2는 쇼핑 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80%까지 높아졌다.

리테일 가제트(Retail Gazette)가 보도한 관련 조사에서는 테스코 소비자의 71%가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것을 즐기며, 69%는 매장에서 구매할 상품을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조사 문항을 바탕으로 한 결과인 만큼 전체 테스코 고객의 일반적인 구매 행동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휘트미는 “쇼핑을 방해하는 광고보다 고객의 쇼핑 여정에 가치를 더하는 유용하고 적절한 시점의 광고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스코 미디어의 운영 원칙을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브랜드에 도움이 되며, 테스코에 도움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순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테스코 미디어는 광고주와의 관계도 단기 캠페인 거래에서 장기적인 사업 협력으로 확대하고 있다. 휘트미에 따르면 테스코는 브랜드 파트너들과 최대 3년 단위의 계획을 논의한다.

상품 카테고리 전략과 브랜드 우선순위, 고객 목표, 미디어 활용 방안을 캠페인 집행 이전부터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신제품 출시와 고객 점유율 확대, 구매 빈도 증가, 목표 소비자 침투율 확대, 신규 브랜드 고객 확보, 상품 카테고리 성장 등 다양한 마케팅 목표를 장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데이터 활용 사례는 유니레버(Unilever)와 진행한 ‘스마트 스톡(Smart Stock)’ 캠페인이다.

테스코는 클럽카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세탁세제를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를 파악한 뒤 제품을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광고를 노출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재구매 필요성을 인식하기 전에 브랜드가 먼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휘트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개인별 구매 빈도를 5% 높이고 매출을 32% 증가시켰다. 해당 수치는 캠페인 자체 보고 결과이지만,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매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예측해 광고를 집행했다는 점에서 테스코 미디어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이 캠페인은 이후 미디어 위크 어워즈(Media Week Awards)에서도 판매와 구매 빈도, 신규 브랜드 고객 확보에서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사례로 소개됐다.

또 다른 사례는 이탈리아 식품 브랜드 라 파밀리아 라나(La Famiglia Rana)의 프리미엄 라자냐 레디밀 출시 캠페인이다.

테스코 미디어는 클럽카드 데이터를 이용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정하고,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했다. 여기에 요일과 시간대별 최적화를 적용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순간에 미디어 노출을 집중했다.

테스코 미디어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캠페인을 통해 발생한 판매의 83%가 해당 카테고리의 증분 매출이었으며, 전체 판매의 77%는 이전에 라나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에게서 발생했다. 이 수치 역시 테스코 미디어가 발표한 캠페인 성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테스코 미디어는 캠페인이 끝난 뒤 결과를 확인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측정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광고주가 여러 고객 접점과 지표에서 캠페인 성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디지털 광고 노출과 온라인 활동, 오프라인 매장 구매를 하나의 측정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증분 효과(Incrementality)’다. 단순히 광고에 노출된 소비자가 얼마를 구매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추가 매출과 구매 행동을 만들어냈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광고주들이 리테일 미디어의 성과를 다른 광고 채널과 비교하고 전체 마케팅 효과 분석에 포함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증분 효과 측정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테스코 미디어는 캠페인 기획과 구매,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효율화하기 위한 기술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셀프서비스 플랫폼 ‘스피어(Sphere)’는 캠페인 계획과 집행, 측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운영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브랜드와 광고주도 리테일 미디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사이트 기능도 도입했다.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해 주요 성과지표와 최적화 가능성을 쉽게 파악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도 운영하고 있다. 광고주가 보유한 브랜드 소재를 테스코 웹사이트와 앱, 매장 미디어 등 각각의 광고 규격에 맞춰 빠르게 변환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테스코 미디어의 AI 활용은 단순한 광고 이미지 자동 제작에 머물지 않는다. 캠페인 기획과 광고 구매, 크리에이티브 제작, 승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미디어 포맷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테스코닷컴과 테스코 앱에서 동영상 광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 내 디지털 미디어와 연결된 광고 기회도 늘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측정 체계 역시 함께 확대되고 있다.

테스코 미디어의 변화는 리테일 미디어가 단순한 검색광고나 스폰서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하나의 통합적인 미디어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스코의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와 온라인몰, 앱, 클럽카드 고객 데이터에 던험비의 데이터 분석 기술과 타깃팅, 행동 세분화, 옴니채널 광고 집행, 폐쇄형 측정, AI 기반 광고 제작 기술이 결합되는 구조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광고 노출을 실제 고객 행동과 매출에 연결해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테스코 입장에서는 고객 데이터와 디지털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의 미디어 생태계로 연결해 새로운 광고 수익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휘트미는 앞으로도 브랜드가 테스코의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소비자와 보다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미디어 포맷과 광고 위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스코 미디어의 경쟁력은 광고 상품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보다 고객에게는 유용한 광고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에는 실제 판매로 연결되는 측정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테스코 미디어가 지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고객에게는 쇼핑에 도움이 되는 광고를, 브랜드에는 실제 판매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미디어를, 테스코에는 보다 강력한 리테일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