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를 달리는 선수들에게 전하는 응원… 미국 시카고 마라톤을 수놓은 옥외광고

2026 시카고 마라톤(Chicago Marathon)에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마라톤 코스를 따라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이며 참가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캠페인은 일반적인 제품 광고와 달리 42.195km를 달리는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 상황을 고려한 짧고 재치 있는 문구로 주목받았다.

미국 옥외광고 매체사 아웃프론트 미디어(OUTFRONT Media)의 대형 빌보드를 활용한 이번 캠페인은 형광 연두색 바탕에 붉은색 문구를 배치한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나이키는 모든 광고에 'RUN'이라는 메시지와 브랜드의 상징인 스우시 로고를 결합해 마라톤이라는 스포츠 이벤트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연결했다.

특히 광고 문구마다 달리는 선수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의 응원을 전달하도록 구성했다. 출발의 설렘과 자신감, 중반의 인내, 후반의 고통과 성취감까지 마라톤에서 경험하는 감정을 옥외광고 메시지에 반영했다.

마라톤 초반 — 출발의 에너지와 도전

시카고 도심을 달리는 마라톤 참가 선수들 위로 'KICK ASPHALT.'와 'RUN'이라는 문구가 설치돼 있다. 나이키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로 선수들의 도전과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사진=아웃프론트 미디어]

'KICK ASPHALT.'는 아스팔트를 힘차게 박차고 달리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영어의 속어인 'Kick Ass'를 연상시키는 언어유희로, 마라톤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자신감과 승부욕을 자극한다.

또 다른 빌보드에는 'RUN'이라는 단어만 등장한다. 별도의 제품 이미지나 설명 없이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를 강조하면서 나이키의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한다. 대규모 참가자들이 이동하는 도로 위에서 짧은 단어와 선명한 색상의 조합으로 광고 메시지를 쉽게 인식하도록 했다.

마라톤 중반 — 남은 거리를 향한 새로운 도전

시카고의 오래된 벽돌 건물 외벽에 설치된 나이키 옥외광고. 'HERE COMES THE SECOND COURSE.'라는 메시지는 남은 코스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한다. [사진=아웃프론트 미디어]

' HERE COMES THE SECOND COURSE.'는 '두 번째 코스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마라톤에서 일정 거리를 달린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선수들의 상황을 표현했다.

특히 이 광고는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아닌 건물 외벽의 정적 옥외광고를 활용했다. 역사적인 벽돌 건물의 외관과 형광 연두색 광고판이 대비를 이루면서 시각적 주목도를 높였다.

마라톤 중반은 선수들이 신체적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나이키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은 거리를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광고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격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라톤 후반 — 고통과 성취를 연결하는 메시지

시카고 마라톤 코스 주변에 설치된 'THE BAD NEWS: THIS IS JUST THE START.'와 'THE GOOD NEWS: THIS IS JUST THE START.' 광고. 서로 상반된 표현을 담은 두 개의 빌보드가 같은 도로 구간에서 함께 보이도록 배치돼 있다. [사진=아웃프론트 미디어]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크리에이티브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대비시킨 두 개의 옥외광고다.

'THE BAD NEWS: THIS IS JUST THE START.'는 '나쁜 소식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라는 뜻이다. 힘든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아직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반면 'THE GOOD NEWS: THIS IS JUST THE START.'는 '좋은 소식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라는 의미다. 앞선 광고와 동일한 문장을 사용하면서도 부정적인 표현을 긍정적인 메시지로 전환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광고가 같은 도로에서 함께 보인다는 것이다. 하나의 광고는 고통과 어려움을, 다른 하나는 성취와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선수들은 두 광고를 통해 마라톤이라는 도전이 지닌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옥외광고 크리에이터 필 블롱데(Phil Blondé)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캠페인을 평가하며 "35km 지점에서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광고가 아니다. 하지만 웃음을 주고 계속 달릴 힘을 주는 메시지라면 기꺼이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가 일방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소비자가 처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시카고 마라톤 캠페인은 옥외광고의 핵심적인 경쟁력인 맥락적 관련성(Contextual Relevance)을 잘 보여준다. 광고가 설치된 장소와 시간을 넘어 그 공간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까지 고려할 때 메시지의 의미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키는 복잡한 기술이나 화려한 영상 없이 간결한 문구만으로 마라톤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도로를 달리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실제 달리기 환경에 맞춰 전달한 것이 이번 캠페인의 핵심이다.

이번 사례는 옥외광고가 스포츠 이벤트의 단순한 후원 매체를 넘어 참가자들의 경험에 직접 관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소비자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브랜드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자가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응원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