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옥외광고의 비밀 'D·R·E'... WOO 런던총회서 제시된 OOH 크리에이티브 공식
“광고는 왜 창의적이어야 하는가?”
지난 6월초 열린 세계옥외광고협회(WOO) 런던 2026 연례총회에서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케이티 홉킨스(Katy Hopkins)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그의 답은 명확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홉킨스는 오늘날 소비자가 하루 평균 96번의 방해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알림, 소셜미디어 피드, 영상 콘텐츠, 디지털 스크린 등이 약 10분마다 사람들의 집중을 끊어놓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 부족이 아니라 ‘관심(attention)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광고가 아름답게 제작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일도 기억되는지, 1년 뒤에도 떠오르는지,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변화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억되지 않는 광고는 결국 거리의 벽지(wallpaper)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홉킨스는 성공적인 OOH 크리에이티브가 갖춰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로 D·R·E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파괴성(Disruptive)’이다. 수많은 미디어와 광고 속에서 눈에 띄어야 한다. 소비자의 시선을 멈추게 만드는 차별성이 없다면 광고는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
두 번째는 ‘관련성(Relevant)’이다. 브랜드와 메시지, 그리고 소비자의 실제 삶이 연결돼야 한다. 단순히 눈길만 끄는 광고는 일시적인 소음에 그칠 뿐이다.
세 번째는 ‘참여성(Engaging)’이다. 소비자가 광고에 반응하고 공유하며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광고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홉킨스는 이러한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OOH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광고 문구 ‘나는 이코노미스트를 읽지 않는다. 42세 경영연수생(Management trainee, aged 42)’은 단 한 줄의 카피만으로 브랜드의 지적 이미지를 전달하며 D·R·E 요소를 모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접착제 브랜드 셀리스(Selleys)는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If you can take it, it's yours)’ 캠페인을 통해 실제 제품을 자사 접착제로 빌보드에 부착했다. 시민들이 제품을 떼어내려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광고 경험이 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영국 통신사 O2는 스마트폰 액정 수리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빌보드를 기울어뜨리고 화면이 깨진 것처럼 연출한 ‘Oops’ 캠페인을 선보였다. 광고판 자체가 메시지가 된 대표 사례다.
디즈니(Disney)는 드라마 ‘퍼시 잭슨(Percy Jackson)’ 홍보를 위해 거대한 물결이 광고판 밖으로 쏟아지는 듯한 3D 아나모픽 크리에이티브를 제작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SNS 확산을 이끌어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미국 언론 자유 문제를 다루며 검은색으로 가려진 단어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설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를 보는 행위 자체가 메시지를 완성하는 구조였다.
이 밖에도 캔바(Canva), 웨이트로즈(Waitrose), 우버이츠(Uber Eats), 브리티시항공(British Airways), 린스(Lynx)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홉킨스는 “성공하는 브랜드가 반드시 가장 큰 예산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용기와 브랜드의 본질을 유지하는 절제력, 그리고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OOH가 공공 공간, 압도적인 규모, 물리적 존재감을 동시에 갖춘 매체라는 점에서 이러한 창의성을 실현하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홉킨스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크리에이티브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브랜드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로 바꾸는 힘”이라며 “승리하는 브랜드는 가장 큰 예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을 가진 브랜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