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채널, 비상장기업 전환 완료…부채 줄이고 디지털 옥외광고 투자 확대하나

미국 옥외광고 시장의 주요 사업자인 클리어채널 아웃도어(Clear Channel Outdoor)가 약 62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완료하고 비상장기업으로 전환했다. 이번 거래로 클리어채널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떠나 새로운 소유구조 아래 경영을 이어가게 됐다.

미국 옥외광고 전문매체 빌보드 인사이더(Billboard Insider)에 따르면 클리어채널은 지난 14일 무바달라 캐피털(Mubadala Capital)과 TWG 글로벌(TWG Global)이 참여한 투자 컨소시엄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거래는 기존 주주들의 승인과 미국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성사됐다.

인수금액 약 62억 달러는 기업의 부채 등을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 기준이다.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2.43달러를 현금으로 지급받으며,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현금 대가는 약 13억 달러다. 나머지 기업가치에는 인수 대상 기업의 순부채 등 재무적 요소가 반영돼 있다.

이번 인수에는 기존 법인을 유지하면서 소유권만 이전하는 역삼각합병(Reverse Triangular Merger) 방식이 활용됐다. 인수자가 설립한 자회사를 클리어채널에 합병하고, 클리어채널은 새로운 모회사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옥외광고 사업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옥외광고 사업은 광고판과 디지털 전광판뿐 아니라 건물주·토지 소유주와 체결한 장기 임대계약, 광고시설 운영 허가, 광고주와의 계약 등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기존 법인을 존속시키는 합병 방식은 이러한 계약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일부 계약은 지배권 변경에 따른 별도 동의나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인수 완료와 함께 클리어채널 주식은 15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상장폐지 관련 절차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해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분기·연간 실적 공시 의무도 관련 절차가 완료되면 종료된다.

비상장기업으로 전환하면 일반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 현황과 경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줄어든다. 반면 경영진은 분기별 실적 발표와 주식시장 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고, 부채 상환이나 장기 투자 등 중장기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채권자와 금융기관에 대한 재무정보 제공 의무는 별도로 유지될 수 있다.

경영진도 교체됐다. 기존 최고경영자인 스콧 웰스(Scott Wells)가 물러나고 미디어·기술 분야 경력을 갖춘 웨이드 데이비스(Wade Davis)가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웰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인수 후 조직 전환을 지원하는 자문 역할을 맡는다.

새로운 소유구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인수 투자자들은 약 30억 달러 규모의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클리어채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클리어채널은 그동안 높은 부채와 이자비용으로 인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을 신규 광고 매체 개발이나 디지털 전환에 충분히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채를 줄이면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이자 부담이 감소하고, 그만큼 시설 투자와 사업 확장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빌보드 인사이더가 소개한 옥외광고 자산평가 전문기업 사인밸류(SignValue)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인수 이후 클리어채널의 레버리지 비율은 기존 약 10배에서 5~6배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레버리지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에 비해 부채가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순차입금을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인 EBITDA로 나눠 계산한다. 예를 들어 연간 EBITDA가 10억 달러인 기업의 순차입금이 100억 달러라면 레버리지는 10배다. 같은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 순차입금을 50억 달러로 줄이면 레버리지는 5배로 낮아진다.

옥외광고 사업은 광고 매체 설치와 유지관리에 지속적인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 정적 광고판을 디지털 전광판으로 교체하려면 디스플레이 장비, 전력시설, 통신망, 설치 공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차입 부담이 낮아지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이 개선될 수 있다.

사인밸류는 클리어채널이 재무구조 개선 이후 디지털 옥외광고 매체 전환과 신규 광고 자산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무적 부담이 줄어들면 기존 광고판의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경쟁 사업자가 보유한 광고시설과 운영권을 인수하는 전략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클리어채널의 재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인밸류는 레버리지 비율이 EBITDA 대비 약 4배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부동산투자신탁(REIT) 구조를 통한 주식시장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츠(REIT·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투자회사 구조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수익을 창출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세제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옥외광고 사업과 리츠가 연결되는 이유는 광고 매체의 수익구조에 있다. 옥외광고 회사는 도심 건물 외벽, 도로변 부지, 교통시설 등에 설치된 광고판과 관련 운영권을 통해 광고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사업에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부동산 관련 자산과 계약이 포함돼 있어 일부 옥외광고 기업은 리츠 구조를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옥외광고 기업 라마 애드버타이징(Lamar Advertising)이다. 라마는 리츠 구조를 활용하는 상장 옥외광고 사업자로, 광고시설과 관련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리츠 전환은 일반 법인과 다른 세무·재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적격 자산과 소득의 구성, 주주에 대한 배당 요건 등이 중요하며, 옥외광고 사업자가 보유한 모든 자산이나 수익이 자동으로 리츠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을 인수한 뒤 부채를 줄이고 기업가치를 높여 재상장하거나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투자금 회수 전략 가운데 하나다. 클리어채널이 향후 리츠 구조로 재상장한다면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리츠 전환과 재상장은 아직 클리어채널이 공식 발표한 계획이 아니다. 사인밸류가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제시한 중장기 전망이며, 실제 추진 여부는 향후 수익성, 부채 축소 속도, 리츠 적격 요건 및 자본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클리어채널은 앞으로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본사를 유지하며 옥외광고 사업을 운영한다. 새로운 경영진은 기존 광고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게 된다.

미국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이후 클리어채널의 투자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광판 전환 규모와 신규 광고시설 인수 전략, 부채 상환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 여부가 향후 사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