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옥외광고 시장, 대형 사업자 M&A 경쟁 본격화… 빌보드 인수전 가열

미국 옥외광고 시장이 최근 수년간 가장 치열한 인수합병(M&A)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대형 옥외광고 기업들이 잇따라 인수에 나서고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미국 옥외광고 업계의 시장 재편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온라인 옥외광고 전문지 빌보드인사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 14일 무바달라 캐피털(Mubadala Capital)은 미국의 대표적인 옥외광고 기업 클리어채널 아웃도어(Clear Channel Outdoor)를 약 62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이번 인수로 클리어채널은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됐으며, 미국 3대 전통 옥외광고 사업자 가운데 상장사로 남은 기업은 라마 애드버타이징(Lamar Advertising)과 아웃프론트 미디어(OUTFRONT Media) 두 곳이다.

상장사의 수는 줄었지만 주요 사업자들의 인수 여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대규모 기관투자 자본을 확보한 클리어채널을 비롯해 라마와 아웃프론트 모두 기업 인수, 전략적 제휴, 자체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리어채널은 무바달라 캐피털의 자본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비상장 전환으로 상장기업에 요구되는 단기 실적 관리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인 투자와 자산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미국 옥외광고 자산 평가 및 거래 자문회사 사인밸류(SignValue)에 따르면, 클리어채널은 최근 일부 비상장 옥외광고 자산의 인수 협상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관리하고 있는 빌보드 자산을 대상으로 한 인수 제안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웃프론트 역시 기업 인수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맷 시겔(Matt Siege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월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규모가 큰 인수합병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아웃프론트는 적절한 인수 기회가 나타날 경우 업리츠(UPREIT) 구조를 활용할 의향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업리츠는 부동산 자산 보유자가 자산을 운영 파트너십에 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에 따라 매각자의 양도소득세 납부를 이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현금 매각과 달리 자산 소유자가 인수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라마는 미국 주요 옥외광고 기업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2026년 빌보드 자산 인수와 광고시설 부지 사용권 등 관련 권리 확보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라마는 업리츠 구조를 활용한 인수를 두 차례 완료했다. 지난 8월에는 애드소스 아웃도어(AdSource Outdoor)의 자산을 인수하면서 루이지애나주에서 디지털 광고면 30개를 포함한 230개 이상의 빌보드 광고면을 확보했다. 이번 거래는 미국 빌보드 시장에서 두 번째로 성사된 업리츠 방식의 인수 사례다.

미국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라마가 향후 더 큰 규모의 업리츠 거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추가 대형 거래에 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미국 4위 옥외광고 사업자인 애덤스 아웃도어(Adams Outdoor)도 인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덤스는 지난 7월 반스 애드버타이징(Barnes Advertising)과 올리버 아웃도어(Oliver Outdoor)의 자산을 인수하면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에 걸쳐 총 1,040개의 빌보드 구조물을 추가했다.

이번 인수는 애덤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 확장 중 하나다. 확보한 자산은 디지털 광고시설 72개와 전통적인 정적 빌보드 968개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애덤스는 미국 14개 주에 걸쳐 1만2,000개 이상의 빌보드 광고면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성장했다.

대형 사업자뿐 아니라 자금력을 갖춘 독립 옥외광고 기업들도 인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엠씨 아웃도어(MC Outdoor), 프레임 OOH(Frame OOH·옛 Harkey Media), 뉴 트래디션(New Tradition), 헤리티지 아웃도어 미디어(Heritage Outdoor Media), 빅 아웃도어(BIG Outdoor) 등이 적극적으로 자산 확보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대형 사업자와 독립 사업자들이 동시에 인수 경쟁에 참여하면서 빌보드 자산 소유자들의 협상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대형 기업에 매각 협상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복수의 인수 후보를 비교하고 거래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거래 방식의 다양화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전통적인 현금 인수 외에도 업리츠 구조, 전략적 제휴, 자본 재구성 등을 활용하면서 자산 소유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빌보드 자산의 거래 가치는 광고시설의 입지, 광고 매출, 수익성, 시장 경쟁력, 장기 운영권 확보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인수 후보가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광고 자산의 가치가 일률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인밸류는 현재 미국 옥외광고 시장을 최근 수년간 가장 양호한 인수합병 환경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주요 인수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독립 사업자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자산 소유자에게 유리한 협상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인밸류는 기업 및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옥외광고 자산 가치평가, 거래 중개, 컨설팅,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기업이다. 미국 전문감정평가실무통일기준(USPAP)에 따른 가치평가를 비롯해 임대 전략 수립, 자산 가치 개선, 포트폴리오 운영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