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을 떠나 바다로 간 옥외광고, 두바이 수로 위를 달리는 3D 디지털 선박
두바이(Dubai)가 하늘이나 초고층 빌딩 외벽이 아닌, 수면 위를 무대로 한 새로운 디지털 옥외광고 실험에 나섰다. 두바이의 최신 미디어 프로젝트는 ‘MV 일루미네이트(MV Illuminate)’로 명명된 전용 디지털 선박으로, 선체 사방을 감싸는 LED 스크린을 통해 해안과 수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옥외광고 기업 블루 애드(Blue Ad)에 다르면 MV 일루미네이트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3D 디지털 선박이라고 한다. 선박 외부에는 총 약 520㎡ 규모의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으며, 4K 해상도와 8mm 픽셀 피치를 구현해 강한 주간 햇빛과 야간 조명 환경에서도 선명한 가시성을 확보했다. 운영 구간은 두바이 크리크, 두바이 마리나, 팜 주메이라 등 핵심 수변 지역으로, 관광·주거·레저 수요가 밀집된 동선을 따라 운항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22년 제작된 MV 일루미네이트는 하루 최대 16시간 운항하며, 고정된 항로를 따라 이동한다. 이를 통해 기존 도로 중심의 옥외광고 영역을 수로까지 확장, 두바이의 바쁜 해안선을 새로운 OOH 미디어 회랑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선박의 각 면은 길게 이어진 디지털 캔버스로 활용돼 3D 연출형 크리에이티브, 라이브 스포츠 중계, 브랜드 콘텐츠 송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선내 DJ 스테이지와 2,000와트급 음향 시스템을 갖춰 이벤트나 비치 파티의 배경 무대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광고주 입장에서 이 매체의 강점은 명확하다. 수변 산책로, 호텔 밀집 지역, 해변을 따라 직접 이동하며 노출되는 ‘스킵할 수 없는 미디어’라는 점이다. 도로변의 과밀한 광고 환경과 달리, 경쟁 매체 간섭이 적은 수로 공간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같은 시도는 다른 시장의 규제 흐름과 대비된다. 미국 뉴욕에서는 미관 훼손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수상 광고물에 대한 시민 반발이 커지며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반면 두바이는 수로를 고임팩트 DOOH 혁신의 쇼케이스로 활용하며, 셰이크 자이드 로드와 대형 리테일 거점을 따라 이미 밀집된 디지털 스크린 환경에 ‘해상 LED’라는 새로운 레이어를 더하고 있다.
MV 일루미네이트는 DOOH가 더 이상 고정된 도시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성과 체험성을 결합한 매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캠페인 집행용 인벤토리이자 라이브 이벤트 무대로 동시에 활용 가능한 포맷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실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